'비위 논란' 이기흥 "재당선 막으려고"vs문체부 "정치 의도 없어"
문체부, 업무방해·횡령 등 혐의로 이 회장 직무정지
이 "객관적 증거도 없어" 문 "법령상 요건 모두 갖춰"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직무 정지 통보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자신의 재당선을 막기 위해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체부는 비위 혐의가 있어 법령에 따라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 측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3일 이 회장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처분의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이 회장 측은 이날 직무 정지 통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 대리인은 "이 사건의 실체는 피신청인(문체부)이 신청인(이 회장)에게 내년 선거에 불출마할 것을 종용했다가 신청인이 이를 거부하자, 재당선을 막기 위해 졸속으로 내린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무 정지 사유는 모두 의혹에 불과하고 정식 수사조차 개시되지 않아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며 "비위 혐의 자료는 대부분 피신청인 관계부서에서 자체 작성한 자료라서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없고, 사전통지를 누락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체부 측은 "신청인이 윤리경영을 저해했다고 판단해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른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에서 처분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학체육회는 1년에 보조금 4200억 원을 받고 자체 예산은 155억 원에 불과하다"며 "95% 이상이 보조금으로 충당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직무기관장이 더욱더 철저한 감독권을 행사할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측은 "직무 정지 처분을 해도 신청인의 3선 연임 도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 의뢰가 이뤄지면 직무 정지를 시킬 수 있게 되어있으므로 법령상 요건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이 담긴 서면을 한 번 더 받아보겠다며 "오는 10일까지 서면을 내면, 확인하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제삼자뇌물) △예산 낭비(배임) 등 각종 비위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 8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다음 날인 11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주무 기관의 장은 공공기관 임원이 비위 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경우 수사 또는 감사를 의뢰해야 한다. 또 해당 임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곧바로 문체부의 직무 정지 통보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회장 측은 하루 뒤인 12일 행정소송과 함께 해당 직무 정지의 효력을 막아달라며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당시 부당한 지시를 통해 자녀의 대학 친구 채용을 강행한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한 63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한 횡령 의혹도 있다.
한편 이 회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한 12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 회장의 3번째 연임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2016년 처음 당선돼 올해 말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그는 비위 논란에도 3번째 연임 의사를 내비쳐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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