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에 '변호사 알선 대가' 요구?…법원 "무죄" 왜?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일명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38)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 지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와 조기축구 모임에서 알게된 A 씨는 2016년 8월 이 씨에게 변호사들을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씨는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수사기관에서 A 씨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 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 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A 씨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 씨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 씨에 따르면 A 씨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 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 씨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A 씨에게 현금 1000만 원을 줬다. 또 며칠 뒤 A 씨가 "검찰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 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A 씨는 "이 씨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것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 씨와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A 씨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와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 씨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 씨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 씨는 동생과 A 씨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누구를 상대로 로비한다거나 술값 등을 쓴다고도 말하지 않았다"는 이 씨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준 돈이 의도에 맞게 사용될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텐데 이를 묻지 않고 A 씨로부터 관련된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씨는 2015~2016년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 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 원이 확정됐다.

이 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