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교사 선고 D-5…징역형 이상 76% "판례냐 반전이냐"

(서울=뉴스1) 이세현 노선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달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오는 25일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다.

위증교사는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범죄라 선고형이 무거운 편에 속한다. 최근 판례를 살펴봤을 때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았을 정도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기존 판례와 비슷한 형량이 선고될 것인지, 유죄가 유력해 보인다는 법조계 전망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2월 검사 사칭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병량 전 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이재명 변호사를 주범으로 몰기 위한 김 시장과 KBS 간의 야합이 있었다'는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전화해 'KBS와 김 시장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고 가능하면 교감이 있었다고 얘기해주면 좋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대표가 본인의 거짓 주장이 기정사실인 양 김 씨에게 여러 차례 반복 주입했다"며 "증인신문 하루 전날 변호인을 통해 김 씨에게 신문 사항을 사전 제공하고 숙지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녹취파일을 짜깁기하는 등 증거를 조작해 억지로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몇 년 만에, 좋은 사이도 아닌데 (김 씨에게) '위증해 주세요'라고 했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겠나"라며 "저는 사건을 재구성하라는 게 아니고,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기억을 상기해 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형했던 징역 2년보다 더 무겁다.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결론에 대한 법조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인 이슈가 있는 사건이다 보니 재판부도 유·무죄 판단할 때 다른 사건보다 좀 더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면서 "원칙에 입각해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해서 본다면 일반 사건에 비해 좀 더 무죄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이 이미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본 점을 근거로 유죄를 예상하는 의견들도 있다. 지난해 9월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재판 초반부터 위증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도 이 대표에게 불리한 부분이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걸린 만큼 이번 위증교사 사건에서는 유·무죄 여부뿐 아니라 양형에도 큰 관심이 모인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안 자체도 복잡하지 않고, 다른 사건과 비교하면 증거도 확실한 편"이라며 "(유죄로)간단하게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직 부장검사는 "무죄는 나오기 어렵고, 문제는 형량"이라며 "위증교사는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범죄라 원래 양형이 세다"고 말했다.

뉴스1이 대법원 판결서 열람 시스템을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의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 1·2심 유죄 판결문(다른 혐의가 더해진 경우는 제외)을 분석한 결과 총 38명 중 금고형 이상의 형이 선고된 피고인은 29명으로 전체의 76.3%를 차지했다.

총 38건의 위증교사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이 15명(39.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징역형 집행유예 14명(36.8%), 벌금형 9명(23.7%) 순이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한 공격 전선을 확대하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1심 재판부 판결은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며 "사법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도 "떨어진 대선 후보에 대한 징역형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며 "조작 기소를 받아쓴 허술한 법리"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검찰의 조작 수사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처음부터 유죄 결론을 내리고 짜맞추기 한 사법 살인, 정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에서 높은 수준의 형량이 나오더라도 이 대표 리더십에는 타격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여론전이 이 대표에게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형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아도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판사들의 반감을 키운다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장과 감사원장 등을 지낸 최재형 변호사는 "의원과 지지자 수천 명을 동원하는 건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고 일종의 협박"이라며 "정치 세력이나 영향에서 독립해 재판하라는 것이 사법부에 주어진 사명인데 이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적인 이유라면 모르겠으나, 사법부 압박을 소송 전략으로 쓴 것이라면 대단히 잘못됐다"며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비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