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조작 제보' 국정원 정보원, 2심도 실형…'무고' 혐의는 무죄

'수사 무마' 대가 4000만원…사기·마약 등 혐의만 인정해 징역 3년
연락처 마약상에 보내 밀반입 조작 혐의는 무죄…法 "증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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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허위 제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정보원이 2심에서도 마약 밀수와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원심에서 인정된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에 따른 실형 선고는 그대로 유지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 남기정 유제민)는 지난달 무고·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민간 정보원 손 모 씨의 2심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1심은 손 씨의 사기·변호사법 위반·향정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과 66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은 손 씨가 마약 밀수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마약사범으로 조작 제보했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손 씨는 수마 무마를 대가로 지인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고 해당 지인이 몰래 필로폰을 탄 음료수를 모르고 마셨을 뿐 마약 투약 사실도 없다며 항소했다.

2심은 손 씨가 지인에게 수사 무마 청탁의 대가로 40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마약 검사 결과와 여러 차례 마약 매매 및 소지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을 들어 향정 혐의를 부인하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와 친분을 내세우며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재판부에 영향을 미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이 주장한 마약 밀수와 무고 혐의에 대해서 유죄로 볼만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마약 판매상에게 다른 사람의 인적 사항을 전달해 속칭 '던지기'를 한 다음에 제보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점이 있다"면서도 "필리핀으로부터 밀반입 했음을 인정할 직접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마약 판매상과 공모해 필로폰을 수입하고 허위의 내용으로 신고해 무고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고 혐의도 무죄로 봤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손 씨는 국정원 민간인 정보원으로 지내며 50대 남성 A 씨를 비롯한 두 명의 연락처를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낸 뒤 이들에게 국제 우편으로 마약을 보내도록 해 밀반입 혐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 됐다.

손 씨의 제보로 A 씨는 지난해 5월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인천지검에서 구속기소 됐다. 손 씨가 무고 혐의로 기소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나머지 1명인 B 씨도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B 씨 사건을 수사하다 손 씨가 허위 제보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B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인천지검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A 씨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당시 1심도 손 씨가 마약 판매상과 공모해 밀수한 다음 이를 제보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이 있다면서도, 이를 증명할 사실관계와 무고할 만한 동기가 빈약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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