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툭하면 '직권남용'…고소·고발 '사상 최대' 기소율 '최저'
올 상반기 2.7만 건, 작년 한 해 수준…검찰 기소 '단 3건'
윤석열·한동훈·이재명 피고발…'정치보복·공무원 민원' 악순환
- 황두현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기자 = 올해 검찰에 접수된 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 사건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실제 기소되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쳤다. 과거 적폐 청산 수사 주요 법리로 등장한 직권남용죄가 정치인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검찰에 접수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고소·고발 사건은 2만 6986건(인원수)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규모인 2만 7985건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중 2만 5829건(95.7%)이 처리됐다. 산술적으로 올해 고소·고발 접수 건수와 처리 건수는 사상 처음으로 5만 건을 돌파할 전망이다.
직권남용 접수 건수는 2010년대 초 4000~5000건에 그쳤지만 2017년 9188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8년 1만 3738건, 2019년 1만 6660건으로 매년 늘었다. 2020~21년 소폭 감소한 뒤 이듬해 2만 3289건을 시작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경우는 2021년 30건(기소율 0.24%)에서 2022년 10건(0.04%), 2023년 7건(0.03%)으로 매년 감소했다. 올해는 단 3건(0.01%)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형법 123조에 명시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하급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경우 처벌하는 범죄다.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2017년 국정농단,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에 활용됐다. 이후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정치 보복성 고소·고발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 다수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주요 사건이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며 일반 공무원을 직권남용죄로 고소·고발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법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공범인 만큼 민원인들이 공무 처리에 불만을 품고 고발한다는 얘기다.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차가 견인됐다는 이유로 군수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경찰서장을 고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혐의가 알려지면서 처벌을 떠나서 분풀이용으로 고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죄는 직무와 직권, 남용의 해석 범위를 두고 견해가 분분해 입증이 어려운 대표적인 범죄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혐의 적용에 신중히 처리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에서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학의 불법 출금'에 연루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차장검사는 "직권남용은 과거에도 기소율이 1% 안팎에 그쳤으나 적폐 수사 이후 쉽게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법원이 직권남용 사건에 엄격한 판단을 내리면서 더욱 신중하게 기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과거에도 검사들은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무리하게 기소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제는 그렇게 할 사유가 없으니 굳이 기소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이 오히려 정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논란이 계속되며 직권남용죄는 위헌 심판대에도 올랐다. 헌재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6월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이 낸 위헌소원에서 직권남용죄 기준이 명확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의 직권 범위가 모호하고, 권한 남용 문제는 여러 가지 제도로 통제가 되고 있다"며 "통상 직권남용은 월권이 대부분인데 이 부분은 직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남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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