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독점 다자연애자' 얼굴·실명 공개한 목사…대법 "인격권 침해"

"내밀한 사적 영역과 실명·사진 불특정 다수에 공개"
"피해자 성적 지향, 공익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 신념을 지닌 사람의 얼굴과 실명 등을 블로그에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목사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한 개신교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A 씨는 2018년 1월 17일 단체 블로그에 B 씨의 실명과 얼굴, 다자연애주의자라는 사실 등을 공연히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A 씨의 글로 인해 B 씨는 C 대학교에서 강연 기획·개최에 참여하면서 개신교 사회에서 이른바 'C 대학교 사태'로 명명된 논란에 휩싸였다.

학교 측은 개신교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건학 이념과 학교 규정에 맞지 않아 집회 불허를 통보했는데도 개최를 강행했다며 관련자 징계 논의에 들어갔고, B 씨는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다.

A 씨는 'C 대학교 사태'를 짧게 언급한 뒤, B 씨의 다자연애 파트너 D 씨의 기고 글과 B 씨의 언론 인터뷰 링크 등을 공유하고 "보고 듣고 찾아보기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의 소문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적은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해당 글은 현재도 게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 사건 게시글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거나 주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글을 게시할 당시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사회에서 다자연애주의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B 씨가 정체성을 밝힌 글은 블로그 글 게시 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유일한데, 이때 '아우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등을 본인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B 씨가 정체성과 관련해 강연을 시작한 시기도 A 씨가 글을 올린 뒤였다.

또한 "게시글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이 옳지 않음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가 '성적으로 문란한 자' 등에 해당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도 "널리 알려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는 피해자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여기에 "피고인은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드러냄으로써 자신과 특정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게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