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승계 목적"vs"사업 필요성" 법정 공방

이재용 회장 항소심서 "부정성" 두고 검사-변호인 설전
1심은 검찰 제출 증거능력 인정 어렵다며 무죄 선고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항소심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 측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2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그룹이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178조를 어겼는지가 쟁점이 됐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은 누구든지 금융 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실제 삼성물산의 사업적 필요성이 아닌 이 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합병이 꾸준히 진행됐음에도 (삼성이) 그런 사실을 숨기고 사업적 필요성이 목적인 것처럼 가장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업가치가 상승해 합병까지 이뤄진다면 그 계획의 부정성이 치유될 수 있으나, 갑작스럽게 전대 회장의 사망 이후 계획을 무리하게 앞당겨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가 실현됐다"며 "승계란 목적을 철저히 감춰서 부정성이 강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합병이 삼성물산에 불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합병 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의 주가가 모두 올랐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합병은 약탈적이지도, 불법적이지도 않았고 사업상 필요성이 있었으며, 경영상 효과도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심판결은 '승계만이 이 사건 합병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고,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 목적'이라고 판단했는데, 검사는 이걸 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며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