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피해 한국에 온 여성 '난민' 인정될까…법원 판단은?

자녀 출산 후 직장 복귀 반대하며 무차별 폭행
법원 "여성에 대한 폭력 당연한 사회…'박해'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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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남편의 폭력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우간다 여성에게 난민 자격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A 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는 경우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적·문화적 규범이 존재하고, 정부나 사법기관에 의한 처벌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라며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는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에 대한 남편의 폭력이 개인의 폭력이므로 난민인정 요건의 '박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공권력의 개입이 배제되는 사적 영역에서 자행되는 폭력이 '사적인 폭력'에만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 대한 폭력은 남편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간다 역사에 걸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 차별을 기반으로, 국가의 방치 속에서 존속되어 온 구조적인 문제에 해당한다"며 "이는 원고의 행복추구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등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에게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고, 국적국인 우간다 정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어 난민인정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A 씨는 2012년 비정부기구(NGO)에서 만난 B 씨와 결혼했다. A 씨가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 2014년 직장에 복귀하려 하자 B 씨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A 씨는 2014년 9월부터 한국에 입국하기 직전인 2018년 4월까지 B 씨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는데,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상처를 입고 목이 졸려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

B 씨는 A 씨가 한국으로 입국하자 A 씨의 가족을 찾아가 폭행하기도 했다. A 씨의 가족들은 B 씨를 피해 이사를 거듭했다.

A 씨는 2018년 12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으나 2020년 11월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인정 되자 소송을 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