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도이치' 해소 못한 5대 의혹…검찰 4시간 설명에도 '찜찜'

①7초 주문 ②BP패밀리 ③'김건희만 빠지고' 편지 해명 안 되는 의혹들
檢 "증거 없다" "모르겠다"…전직 검사 "불기소에 유리한 것만 뽑아 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제공) 2023.6.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사팀이 4시간에 걸쳐 김 여사 무혐의 이유를 브리핑했지만 여전히 일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도 △7초 주문 △BP 패밀리 △'김건희만 빠진다' 편지 △전주(錢主) 손 모 씨와 혐의 차이 등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①주가조작 주범 요청 7초 뒤 김 여사 매도 주문

2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주가조작 주범들이 매도를 요청하고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나왔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김 여사는 7월 대면 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권 전 회장과 통화하고 매매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2차 주포 김 모 씨는 권 전 회장에게 물량을 요청했고 김 여사 계좌에서 주문이 나온 경위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권 전 회장이 주가 관리 사실을 숨기고 김 여사에게 단순한 추천이나 권유로 매도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봤다. 상장사 대표가 선수를 동원해 시세조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투자자로서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야권에서는 4년 6개월 동안 수사하면서 이를 입증하지 못한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약했던 것이라고 비판한다. 검찰이 김 여사 무혐의를 뒷받침할 정황들만 취사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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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BP패밀리' ③'김건희만 빠지고' 편지…검찰도 "모르겠다"

검찰 수사팀은 2차 주포 김 씨 진술에서 나온 'BP패밀리'나 김 씨가 편지에 쓴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밝혔다.

2차 주포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권 전 회장이 'BP패밀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며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 모 씨, 김 모 씨 등이 포함돼 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특히 도피 중에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는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정황들로 꼽힌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BP패밀리'로 언급된 인물들이 권 전 회장과 가깝고 상당한 재력이 있는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언급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BP'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수사팀은 김 씨의 편지도 "솔직히 저희도 잘 모르겠다"며 "수사받으며 불리한 형국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 입장에서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김 여사가) 관여한 증거라고 보긴 어렵다. 증거였다면 이걸 가지고 기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선 이 역시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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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김 여사는 주식 잘 몰라?…⑤검찰, 4700만원 입금 이유도 "모르겠다"

검찰은 2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 유죄 판결을 받은 전주 손 모 씨가 전문 투자자인 반면, 김 여사는 주식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고 봤다.

하지만 손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손해를 봤지만 김 여사는 이득을 봤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2009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얻은 수익은 약 23억 원으로 추정된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는 고스톱으로 치면 타짜"라며 "장외 블록딜까지 했다. 저는 블록딜이 뭔지도 몰라서 어제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1차 주포였던 이정필 씨가 김 여사에게 입금한 4700만 원이 손실 보전용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팀은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수사팀은 "당시 수사팀도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니라 (손해 본 금액과) 금액이 비슷하니까 손실 보상이 아니라 따진 것"이라며 "계산식 자체가 추궁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틀 느낌이 있다"고 했다. 이전 수사팀과 다른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손실 보상을 약정한 적이 없고 손실 보상을 받은 적도 없다"며 "4700만 원, 그런 소액은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더불어민주당이 3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고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 지검장 탄핵까지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불기소 설명은 변호사로서는 납득이 간다. 내가 변론한다면 그렇게 할 수는 있다"며 "검사의 시각으로는 전부 비판할 수 있다. 진술이나 법원 판결 중에서 (불기소 처분에) 유리한 것만 뽑아 썼다"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도 "증거적으로는 잘 설명했다고 보지만,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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