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재판서 17번 등장한 '평화'…검-변 엇갈린 해석

"평화적으로 가져와라"…김범수 시세조종 개입 여부 판가름
검찰, 방시혁 증인 신청 예정…이르면 내년 말 1심 선고 가능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평화적으로 가져와라"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카카오가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 과정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이같이 발언한 것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변호인은 '하이브와 잘 협력해 보라'는 평화의 의미 그대로, 검찰은 '시장 전면에 나서지 말고 은밀하게 SM엔터를 가져오라'는 지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수장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개입 여부를 가를 핵심 발언으로 향후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 심리로 열린 전날 김 위원장 외 3명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2차 공판에서 3시간여 동안 '평화'라는 단어는 약 17번 등장했다.

김범수, 적대적 방식 일관되게 반대…"싸우지 말고 협상하라"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5일 투자테이블에서 '하이브와 싸우지 말고 평화적으로 협상해 가져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만나 협상을 한 바로 다음 날이다. 양측 회동은 지난해 2월 10일 하이브가 이수만과 손잡고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경쟁 구도가 펼쳐진 데 따른 만남이었다.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2월 10일 하이브의 공개매수 발표에 대해 "카카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배재현이 투자테이블을 소집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상정했지만, 김범수·홍은택 등은 SM엔터를 놓고 이수만·하이브와 적대적 인수방안을 매우 질타하고 반대했다"고 밝혔다.

2월 15일 투자테이블에서도 "김 위원장은 적대적 방식을 일관되게 반대했다"며 "전날(14일) 방 의장과 만난 사실을 공유하며 싸우지 말고 협상하라고 강조하고 김성수를 통해 하이브 측과 만나보라고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양측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검찰의 주장처럼 평화적인 단어를 '전면에 나서지 말고 시정에 드러내지 않게 은밀하게 SM엔터를 가져오라'는 지시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여론 의식해 대외적으로 싸우지 마라…명시적 지시"

반면 검찰은 2월 15일 회의에서 '하이브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하기 위한 대항 공개매수 제안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가 단순히 평화적 협상의 취지가 아니라, 대항공개매수를 반대하면서 대외적으로 하이브와 싸우지 말라는 것"이라며 "SM엔터 인수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카카오는 문어발식 계열사 인수합병 등으로 계열사·금융감독원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검찰은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하이브와 인수경쟁 과정에서 평화적인 모습을 주문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와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기소된 원사아시아파트너스과 공모한 바 없고 2월 28일 카카오의 장내매수는 하이브의 적대적 발표에 따른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위해 원아시와 공모해 시세조종했다고 보고 배재현·지창배 등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배재현 사건에서 중첩되는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심문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방 의장을 증인 신청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내년 7월 말까지 증거조사를 마치고 이후 쟁점별로 다시 한번 변론 과정을 거쳐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26년 초에는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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