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무죄 '유럽 간첩단 피해자' 김신근, 9억 형사보상 받아

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공안 조작 사건…7월 '무죄' 확정

서울중앙지법./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 55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은 김신근 씨가 9억여 원의 형사보상금을 받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 4일 김 씨에게 9억 120만 4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을 결정했다. 형사보상은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되면 국가가 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던 김 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외국에서 유학 중 동베를린(동백림)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1969년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김 씨는 학업을 위해 귀국했다가 변을 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기록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중정 직원 3명에게 체포영장이나 연행 사유를 고지받지 못한 채 연행당한 뒤 8일간 구금당했다가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중정 조사 당시 수사관들로부터 고문과 폭행, 가혹행위를 당하고 중정 수사관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재심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