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장관'에 2억 뇌물 적발…중견기업 창업주 등 불구속 기소
휴대전화와 뇌물 약속하며 감리업체 선정 청탁
외국 국유기업 임원에 18억 제공, 단독 수출 계약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입찰 대가로 외국 공무원에게 거액의 뇌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실제 제공한 혐의로 중견기업 창업주 등 기업과 기업인 4명을 검찰이 불구속기소 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홍용화)는 10일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A사 상무 이 모 씨(60)와 부장 양 모 씨(여·42)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연 매출 5700억 원대의 토목 설계·감리기업 A사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 씨 등은 2019년 5월경 인천 소재 음식점에서 B국 장관에게 고속도로 건설 감리업체 선정을 청탁하며 미화 20만 불(2억 3500만 원 상당)의 공여 의사를 표시하고 129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2019년 11월 수사 첩보를 확보 올해 4월까지 국제수사 등 국내·외 기관 협력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후 A사 압수수색과 압수물 분석, 사건 관계인 조사를 통해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또 C사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모 씨(65)와 부사장 김 모 씨(57)를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배임증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 1세대 기업인 C사도 기소했다.
이들은 2018년 12월경 D국 국유기업이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면서 재무 담당 임원에게 단독입찰 대가로 211만 불(약 23억 원) 지급을 약속하고, 2019년 3월과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외국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158만 불(약 18억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2년 7월 해당 국유기업에 대한 실제 수출대금이 744만 불임에도 허위 물품·용역 거래를 가장해 뇌물 공여액까지 포함해 955만 불(744만+211만 불)로 부풀려 수출가격을 조작 신고한 혐의(관세법 위반)도 있다.
서울세관은 지난해 10월 외환 검사 과정에서 가격 조작 혐의를 포착했고 검찰은 송치 이후 계좌·이메일 추적 등을 통해 수사해 왔다.
검찰에 따르면 국제뇌물사건 수사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특성상 국가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제뇌물협약 이행심사 후 "한국이 국제 뇌물방지법의 적용을 보다 확대하고 법 집행기관의 역량 강화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뇌물 사건을 적발해 수사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은 A사 사건은 해외시장개척을 명목으로 한 국내 선도기업의 조직적 국제 비리를, C사 사건은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해 뇌물을 수수하고 수출가격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구조적·계획적 비리를 밝혀낸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GRC(조직 지배구조·리스크·윤리경영과 준법활동) 시스템 구축 관점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제상거래 뇌물수수 등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엄정 대응해 투명한 경쟁 환경 조성과 부패 범죄 대응에 대한 국가신인도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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