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서 20만원 잃자 이웃 몸에 불 질러…사망보험금도 가로채

범행 7개월 전 피해자 앞으로 사망보험 가입…사망 시 2억원
1·2심 모두 징역 35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대법 상고기각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내기 윷놀이를 하다 돈을 잃자 이웃의 몸에 불을 붙여 살해하고 보험금까지 가로챈 이른바 '고흥 윷놀이 방화범'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살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63)의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11월 4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고흥군의 한 컨테이너에서 피해자 B 씨(69)의 몸에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지른 등의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B 씨를 포함한 4명과 윷놀이 도박을 하다 20만 원을 잃었고, 자리를 벗어나는 B 씨를 쫓아가 컨테이너로 끌고 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 씨는 기름을 끼얹은 피해자의 몸에 불이 붙지 않자 라이터를 더 가까이 맞대 불을 질렀다. 119에 신고하려는 주변인을 제지하고 직접 B 씨를 부축해 병원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피해자는 2023년 3월 20일 병원에서 숨졌다.

앞서 A 씨는 B 씨가 이혼한 뒤 혼자 사는 사실을 알고 범행 7개월 전 B 씨 앞으로 상해 사망 시 2억 원 상당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에 가입, 사망보험금 수령자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매달 보험금 23만 원을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 씨는 보험회사에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렸는데 이 때문에 B 씨가 화상을 입게 됐다'며 허위 사고 접수를 했다. 이를 믿은 보험회사는 약관에 따라 B 씨가 아닌 A 씨에게 보험금 800만 원을 지급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형, 동생 관계로 윷놀이를 하다 돈을 잃게 되자 화가나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병원에서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화상으로 인한 고통 속에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지병이 있다며 사망 원인을 오히려 유족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A 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양측 모두 항소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당심에서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회복에 전혀 노력하지 않은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피고인에게 살인미수의 전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