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에 자식 잃은 父, 국가배상 2심도 패소…"이미 구제금 받아"

法 "국가 피해 발생 책임 인정하나…고유 위자료 더 구할 수 없어"
1심도 국가배상 청구 기각…제조사 세퓨에 3억 지급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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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가습기 살균제로 생후 23개월 된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고법 민사17-2부(부장판사 차문호 오영준 한규현)는 임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국가 책임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1심과 달리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담당 공무원들의 고의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국가)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관해 충분히 검증하고 관리해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집단적 폐 손상이라는 피해를 발생시켰다"면서도 "다만 담당 공무원들이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는 작위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도 사후적으로나마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러한 취지에서 약 7년에 걸쳐 2억 원이 넘는 구제급여 등(구제급여조정금을 제외하면 1억5000만원 이상)을 원고에게 지급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지급받을 고유 위자료는 이미 지급받은 구제급여조정금의 액수보다 적거나 적어도 그와 동액이라고 판단돼 원고는 더 이상 피고에 대해 고유 위자료를 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씨를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2014년 8월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세퓨의 책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 세퓨에게 지연손해금을 뺀 임 씨의 청구 금액 전액인 3억6920만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국가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원고대리인에게 추가 주장과 증거를 제출해 입증할 것을 촉구했음에도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임 씨와 세퓨 측은 항소하지 않으면서 임 씨의 세퓨 측에 대한 청구는 그대로 분리·확정됐다. 나머지 원고들 중 5명은 세퓨가 파산하면서 배상금을 받지 못하자 항소했고, 이 중 3명이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국가로부터 300만~5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으나, 인정 범위와 대상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살균제로 인한 산모와 영유아 등의 폐 손상으로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으로 2011년 4월 무렵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2016년에서야 검찰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최대 가해 업체로 꼽히는 옥시 등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 또 2017년 8월에서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피해 지원 대상의 범위가 다소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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