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좋은 사람들" 테러방지법 2심 무죄 시리아인…대법 "다시 재판"
페이스북에 IS 영상·선전매체 텔레그램 대화방 링크 올려
대법 "지지·찬양 넘어 IS 가담·동참 고무하는 취지로 볼 수도"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활동을 홍보하고 동료들에게 가입을 권유했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테러방지법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30대 시리아인이 다시 재판받게 됐다.
이 시리아인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행동이 IS를 단순 찬양하는 것을 넘어 활동에 동참하도록 고무시키려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7일 오전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심의 무죄 판결 중 테러단체 가입 선동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5~2018년 경기 지역 폐차장 등에서 일하며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IS 가입을 권유하고 홍보 동영상을 보여준 혐의를 받았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IS 지도자 연설 영상과 텔레그램 대화방 링크를 올리는 등 홍보활동을 한 혐의도 있다.
A 씨는 2013년 난민 신청을 해 불허됐지만 2014년 시리아가 내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A 씨는 시아파를 지지하던 정부군의 폭격으로 집이 부서지자 시리아 정부군과 무장투쟁을 벌이던 IS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A 씨는 동료들에게 "IS는 좋은 사람들이다. 시리아 사람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라는 등 IS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던 경찰은 2017년 A 씨를 검거하고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2016년 법 제정 이후 적용 사례는 A 씨가 처음이다. 이후 A 씨는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측은 SNS 등을 통해 홍보 영상과 대화방 링크 등을 게시했다 하더라도 이는 '테러단체 가입 선동'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테러단체 가입 선동 부분을 유죄, 테러단체 가입 권유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게시한 글과 영상, 선전 매체 명의 계정의 텔레그램을 링크하는 행위는 테러나 테러단체의 활동에 대한 단순한 지지, 찬양, 동조를 넘어 특정 테러단체인 IS에 가담·동참하는 행위를 고무하는 취지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테러단체 가입이 실행되는 것을 목표로 해 테러단체 가입을 결의, 실행하도록 충동하고 격려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링크를 게시한 의도가 불분명하고, 공개된 방식으로 대화방 링크를 게시하는 것은 IS의 리크루팅 방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화방의 성격과 용도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대화방 접속이 테러단체 가입 단계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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