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소 알리지 말라"했지만 가족에 통지한 경찰…"국가가 배상"

법원 "경찰 과실로 사생활 침해"…1·2심 "500만 원 배상"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성범죄 고소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수사 관련 서류를 집으로 보낸 경찰 행위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부장판사 해덕진 김형작 김연화)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이 "국가가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22년 4월 성폭력을 당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낸 고소장에 "가족들이 알게 돼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관련 서류를 고소대리인의 주소로 보내달라"고 썼다.

그러나 같은해 9월 수사를 마친 경찰은 결과 통지서를 A 씨의 집으로 보냈고 이를 본 가족은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A 씨와 가족들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와 일부 경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경찰은 성범죄 고소 사건을 수사할 경우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에도 송달장소 변경 요청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의 자기정보통제권과 사생활 비밀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경찰관을 상대로 한 배상 청구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법하게 직무를 집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 가족에 대해서도 "경찰 과실과 정신적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2심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