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못 구한 청년들 중국서 보이스피싱 전전…수법 배워 직접 범행

콜센터 일당 무더기 재판행…5년간 범행 익힌 뒤 독립해 콜센터 차려

보이스피싱 조직 콜센터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돈 다발(서울동부지검 제공)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중국을 거점으로 콜센터를 차려 수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보이스피싱 총책과 공범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이스피싱 말단 상담원으로 시작한 이 총책은 5년간 범행 수법을 익혀 직접 콜센터를 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홍완희)은 중국 싼야 지역을 거점으로 범행하던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의 총책, 상담원 등 10명을 입건하고 이 중 7명을 범죄단체조직·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건 총책인 A 씨(27·남)는 2019년경 중국 친황다오 소재 콜센터의 말단 상담원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중국 다롄, 칭다오 등 여러 지역 콜센터 조직에서 한국인 팀장으로 근무하며 콜센터 운영 방법을 학습했다. 이 기간 A 씨는 피해자 101명으로부터 약 4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여러 콜센터를 거치며 보이스피싱 수법을 배운 뒤 지난 2월 중국 싼야에서 자신의 콜센터를 직접 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기존에 함께 근무하던 조직원들도 영입했다. A 씨는 지난 3~5월 두 달간 피해자 5명으로부터 2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싼야 콜센터 한국인 상담원 4명은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이들이 과거에 가담했던 별개 콜센터 관련자들도 추가로 구속됐다.

이들은 1~3차 상담원으로 역할을 나눠 각각 검찰수사관, 검사,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수법을 썼다. 먼저 검찰 수사관 사칭범이 '범죄 사건 수사 중 당신 명의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다'고 피해자를 속인 뒤 검사, 금융감독원 사칭범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이니 금융감독원 지시에 따르라', '불법 추가 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출금과 기존 자산을 직원에게 건네라'며 돈을 가로채는 식이다.

이번 사건 수사 결과,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청년들이 중국에서 장기간 불법체류 상태로 여러 콜센터를 옮겨 다니며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일부는 범행을 배운 뒤 독립해 자신의 콜센터를 새로 조직함으로써 다수의 중소규모 콜센터가 난립하고 있는 실태도 드러났다.

합수단은 "해외 체류 공범들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강제 송환을 추진하고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된 별개 콜센터 조직들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