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2심 첫날부터 '신경전'…무죄 잘못vs법정 모욕
양승태, 재판 개입·물의야기 법관 인사 불이익 등 47개 혐의
첫 공판부터 신경전…"인신 공격 사과하라"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2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76·사법연수원 2기) 측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11일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69·11기)·박병대(67·12기)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은 국민 기본권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책무가 있는 사법 행정권 최고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피고인들은 구체적인 재판 절차와 결과에 개입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및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했다"면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검사는 원심 판단이 왜 부당하고 위법한지에 대해서 오늘 구술뿐만 아니라 서면에 의해서도 별다른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사의 주장은 현재 상태에서 특별한 원심의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맞섰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낯이 뜨겁고 울분을 다스리기 어렵다"며 "'원심이 부화뇌동해 피고인을 위한 재판을 진행했다', '제 식구 감싸기, 온정주의, 조직 이기주의 및 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항소 이유서는 외국 같으면 법정 모욕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사법부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기본적인 목적이 공소사실 모두에 직권남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사법부 위상 강화 목적은 법원에 부여된 헌법적인 사명인데, 이를 왜곡해 직권남용으로 본 것은 비현실적이고 자의적인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1심이 부당하다며 인신공격적인 표현도 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이 부분이 언론에 모두 공개됐다"며 "재판부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다. 검찰에 공식적 사과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조직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고·박 전 대법관 등과 함께 강제징용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 초래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도 적용됐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소모임인 인권과사법제도모임(인사모)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압박을 검토한 혐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47개에 달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26일 양 전 대법원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관계자들이 일부 재판 개입 등을 시도하긴 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가담했다고 볼 수 없으며 권한 남용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로 함께 기소된 고·박 전 대법관도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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