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칼춤' 위협 예고 글 작성자…"재판 다시해라" 왜?

1심 "피해자 특정 힘들다" 이유로 공소기각
2심 "불특정 다수 상대 협박죄 특성 고려해야"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흉기 난동 예고' 게시물의 협박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공소를 기각한 1심 판결은 위법이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엄철 이훈재 양지정)는 10일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혐의를 받는 박 모 씨의 1심 판결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은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 게시물을 보고 최초로 신고한 피해자 A 씨에 대한 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다만 A 씨를 제외하고 게시물을 열람한 다른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박 혐의 관련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기소를 무효로 봤다. 해당 혐의의 경우 반의사불벌이 적용되는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은 이 같은 공소 기각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검사는 박 씨의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예시적·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한 것은 불가피하다"며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대상을 명확히 하는 데 모자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의 불법성은 묻지마식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현실에서 전통적 협박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경우"라며 "추후 처벌 강화와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배제 등이 입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실무적 해석을 통한 규율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런 범행에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협박죄는 검사의 업무 과중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다수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확인할 수 있는 일부가 처벌을 불원해 피고인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대림동에서 칼춤 추겠다' '지금 출발한다' 등 특정 지역 출신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려 경찰관 9명이 현장에 출동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해당 글에 대림역을 목적지로 설정한 내비게이션 지도와 흉기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