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김범수 재판 '로펌 각축장'…전면 나선 김앤장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SM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변호인이 일부 교체되면서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에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전면에 나서면서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에서는 김앤장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과 카카오 임원진들의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공범들까지 모두 김앤장에서 변호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로펌 각축장 된 카카오 사건…변론 성과 '희비'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의 첫 재판을 연다.

그간 카카오를 향한 검찰 수사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건은 로펌의 각축장이 됐다. 카카오그룹 창업자가 수사 대상인 데다, 카카오 주요 임원진들까지 줄줄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손꼽히는 로펌이 일제히 이번 사건에 뛰어들었다. 한 변호사는 "카카오 사건은 그간 전례가 없는 사건으로 안다"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탐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공소장에 기재된 변호사는 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법무법인 세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주축으로 참여했다. 세종은 시세조종 혐의 전반에 대한 자문을 이끌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에 출석할 당시 김민형 세종 변호사가 직접 동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보다 먼저 구속된 배 대표의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세종이 변호를 맡았다.

김앤장은 카카오그룹이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설립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만 수사 과정 초기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변호인단은 체면을 구겨야 했다. 카카오가 꾸린 호화 변호인단 전략이 통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건 핵심 관계자인 배 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도 모두 구속됐다.

반면 카카오 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낸 로펌도 있다. 화우가 변론을 맡은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기소유예(무혐의) 처분을 받아 주목을 끌었다. 올해 1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상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가 이 부문장에게 처음으로 적용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화우는 이 부문장의 'SM 시세조종 의혹'과 '바람픽쳐스 고가인수 의혹' 사건을 맡아 구속영장을 세 번이나 막아냈다. 바람픽쳐스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성수 카카오엔터 전 대표의 구속영장도 두 차례 기각시켰다.

◇재판 김앤장이 주도…"공범까지 같은 곳 선임, 이례적"

재판 과정에서는 김앤장이 변론 대응을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도왔던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을 비롯해 다른 변호인들은 대부분 사임계를 냈다.

이준호 부문장, 김성수 대표, 홍은택 전 대표 등도 모두 김앤장에서 변론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각자 변호인이 조력했지만, 기소 이후 사임계를 제출했다. 카카오 사건 전반을 김앤장에서 주도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셈이다.

카카오 측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무죄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공범인 주요 임원진들까지 모두 한곳의 로펌에서 맡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말 그대로 김 위원장 '맞춤형 변호'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카카오 사건 자체가 창업자부터 주요 임원진까지 한꺼번에 얽혀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사건"이라면서도 "그걸 감안해도 대다수 피고인이 같은 곳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건 이례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똑같은 변호인들이 김범수 위원장의 의견서도 쓰고, 다른 피고인들의 의견서도 쓸 텐데 과연 누구를 위해 변호 활동을 하겠냐는 생각이 들긴 한다"며 "같은 곳에서 변론에 나서는 것 자체로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여태까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김범수 위원장과 다른 피고인들의 의견이 세부적으로는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되면 재판부나 검찰 입장에서는 진술 맞추기를 의심할 수도 있지 않겠나"고 짚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