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 임관혁 서울고검장 "검찰 과부하 걸려…인지수사 줄여야"

"과감히 내려놓는 지혜와 용기 필요…해답은 단순, 문제는 실천"

임관혁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3.10.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임관혁 서울고검장(58·사법연수원 26기)이 검찰을 떠나며 "인지수사는 부패와 금융 등 최소한의 영역으로 줄이고 일반 형사사건 처리, 보완 수사 및 사법 통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고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남긴 사직 인사에서 "지금 검찰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크고 작은 인지수사를 많이 벌이고 있고,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의 처리와 사법 통제 업무도 쌓여 있으며, 공판 부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게다가 수사와 공판 모두 전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어 사건 당사자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도 더 곤란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인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 모든 일을 감당해 왔지만,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좀 회의적"이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으며, 때론 과감히 내려놓는 지혜와 용기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지 수사는 줄이고 형사사건 처리 등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러면 신속한 사건 처리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해답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으며 문제는 실천"이라고도 덧붙였다.

임 고검장은 "지혜와 경륜을 겸비한 신임 검찰총장님과 합심하여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거라 믿는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에서 어느덧 27년 6개월을 보냈다"면서 "이 길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과 보람이 있었고, 인연과 추억이 있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임 고검장은 나태주 시인의 시 '안부'를 덧붙이며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안부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남겼다.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임 고검장은 지난달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등과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심 후보자를 지명한 뒤 지난 3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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