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1기 공수처장 "임기 중 문재인·윤석열 전화 받은 적 없어"

저서 '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출간…공수처 한계 털어놔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적도…검사·수사관 사임에 무력감 컸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 공수처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나서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1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이끈 김진욱 전 처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만 "초대 처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새로 생긴 조직이 자리 잡는 데 장애가 될 것으로 생각해 3년 임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전 처장은 임기 내내 제기된 '살아있는 권력 수사 부실'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과의 핫라인은 실제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처장은 최근 출간한 <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는 길>에서 초대 공수처장으로 재임하며 겪은 인적·물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2021년에 출범한 공수처는 줄곧 수사력 부족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는 소속 검사들에게 적용되는 임기제와 극소수의 조직 인원, 별도 공간이 없는 청사 등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본 것이다.

김 전 처장은 "공수처는 처장뿐만 아니라 검사나 수사관에게도 참 어렵고 신분도 불안한 자리여서 그런지 상당수가 임기 중도에 사직했다"며 "이럴 때마다 기관장으로서 무력감과 좌절감이 컸고 조직을 좀 더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사와 수사관의 임기는 각각 3년과 6년으로 제한된다. 이러한 임기 규정이 오히려 정권 수사에 영향을 준다는 게 김 전 처장의 판단이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려면 강단과 기개가 있어야 할 텐데 참 쉽지 않은 문제 같다"며 "수사하는 사람의 신분보장이나 임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사 지연 논란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 범죄 특성과 인권친화적 수사를 지향한 것이 맞물린 결과라고 봤다. 김 전 처장은 "피의사실 공표나 공무상 비밀누설 없는 '조용한 수사'를 지향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모습. 2023.6.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향후 공수처법 개정 시 인력 충원과 수사·기소권 일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처장은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일할 사람은 적기 때문에 월화수목금금금하거나 오버타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휴일에도 일하는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수처 불기소 권한에 대한 법적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현재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 처리를 두고 검찰과 논의 중이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기소 의견을 보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돌려보내며 갈등을 겪고 있다.

김 전 처장은 출범 초기 공수처가 '정권 비호처'라는 비판을 들은 데 대해 "임기 중 문재인 대통령(청와대)이나 대통령실로부터 공수처의 사건 선정, 수사나 기소 업무와 관련해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에 유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판사와 김앤장 변호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김 전 처장은 2021년 1월부터 3년 임기의 공수처장을 지낸 뒤 올해 초 퇴임했다. 후임은 지난 5월 취임한 오동운 처장이 맡았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