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 없이 복역 중 추가 유죄 선고…대법 "재판 다시"

소개팅 앱에서 직업 속이고 돈 뜯어낸 혐의로 기소
대법 "1심 파기하고 변호인 있는 상태로 다시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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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구속 수감된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면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다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3월 소개팅 앱에서 만난 B 씨에게 직업을 속이고 돈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소방관으로 일한 적이 없는데도 소방관 제복을 입고 B 씨를 만나거나 위조된 공무원증을 보여줬다. 또 "돈을 갚겠다"며 2차례에 걸쳐 기름값 명목으로 13만 4000원, 어머니 병원비 명목으로 15만 원을 받았다.

1심과 2심은 A 씨에게 모두 100만 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A 씨는 1심 재판 당시 별건인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2개월 및 징역 5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었다. 1심은 A 씨가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심리를 마치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필요적 변호 사건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해 이루어진 1심에서의 증거조사 등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1심의 잘못을 간과한 채 1심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며 "항소심에서 진술·증거조사 등 심리 결과를 토대로 다시 판결하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판 중인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인해 구속된 피고인에게도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며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한 바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