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실린 트럭 가로막고 "죽이지 마"…활동가들 벌금형 확정

세계 동물보호의 날 맞아 도계장 앞에서 항의 시위
1·2심 "정당행위 아냐" 벌금 300만…대법 상고기각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 활동가들이 세계 동물보호의 날인 2019년 10월 4일 경기 용인의 한 도계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DxE 코리아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세계 동물보호의 날을 맞아 도계장 앞에서 트럭 통행을 막으며 항의 시위를 한 동물권 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 활동가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 C 씨의 상고심에서 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 등은 세계 동물보호의 날인 지난 2019년 10월 4일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간 동안 경기 용인의 한 도계장 앞에서 살아있는 닭을 실은 트럭의 운행을 가로막는 등 항의 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도계장 정문 앞에서 콘크리트가 담긴 여행용 가방에 손을 결박하고 도로에 누워 "닭을 죽이면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소방서에서 출동해 산업용 그라인더와 드릴로 콘크리트를 해체하고 나서야 항의 시위는 끝이 났다.

시위에 참여했던 4명은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는데, 3명이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A 씨 등에게 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인들의 개인적 신념에 기초한 것으로 피해자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것이 명백하다"며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양형 이유를 통해 동물권에 대한 국내외적 인식의 변화를 언급하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필요한 방향성을 제언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신념에 따라 정당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주 안에서 행동한다면 언젠가는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것"이라며 "그것이 피고인들이 대변하고 있다는 '여름이'와 같은 닭의 바람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 씨 등은 항소했지만 2심은 "피고인들이 자신들이 한 행위의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그 행위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점에 관해서는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