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횡령' 경남은행 간부, 1심서 징역 35년 중형 선고

공범 증권회사 직원 징역 10년, 증거인멸 가담자 징역 1년·집유 2년
법원 "횡령 규모 매우 커"…은닉·방조한 간부 아내·친형도 1심 실형

2일 서울 강남구 경남은행 강남지점 모습. 금융감독원은 현장감사를 통해 경남은행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50대 직원 A씨의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3.8.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3000억 원대 횡령' 사건의 주범인 BNK경남은행 전직 간부가 1심 재판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에게 징역 35년과 추징금 159억 여원을 선고했다. 공범인 증권회사 전문 영업직원 황 모 씨에게는 징역 10년, 황 씨의 지시를 받고 증거인멸에 가담한 최 모 씨에게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경우 총 99회 걸쳐 합계 3089억 원 상당을 경남은행으로부터 횡령했다"며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인정하는 입장이고, 황 씨와 최 씨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대해선 인정하고 증거 인멸은 부인한다. 황 씨의 경우 범행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씨는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전체 횡령액 중 약 10% 상당으로 보이는 점, 은닉한 수익 상당 부분이 추적되고 압수됐음으로 피해 은행이 일부나마 피해가 회복될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면서도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점, 횡령 범행에 이르는 횡령액이 3089억 원에 이르는 점 등 거액이고 그중 실질 취득 이익 역시 280억 원을 초과하는 등 매우 큰 점"을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황 씨에 대해 "동종 전과가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횡령 관련해 실질적인 취득 이익이 12억 원으로 이 씨가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인 점, 당시에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운 점 등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면서도 "장기간 횡령 범행에 공동 정범으로 가담했고, 횡령 규모가 매우 크고 동기와 수법이 불량하며 피해자 은행이 입은 손해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것을 비춰볼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 씨에 대해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증거인멸죄와 관련해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포맷으로 인해 중요 수사단서가 멸실됐다고 보이지 않아 악영향이 컸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본다"면서도 "동기가 좋지 못한 점, 또다시 같은 형을 저지른 점 등은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이 씨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으로 재직하며 3089억 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이 씨는 2008년 7월 자신이 관리하던 PF 자금 50억 원을 단기간 개인 투자에 사용할 목적으로 횡령했으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25억 원의 손실을 보자 추가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횡령한 돈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라에 거주하며 생활비만 117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구매에 83억 원, 골드바 등 은닉 재산 구입에 156억 원 등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황 씨는 이 씨와 공모해 시행사 명의 출금전표 등을 11차례 위조하고, 경남은행 부동산 PF 대출 자금 1387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주식·선물·옵션 등에 투자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를 받는다.

황 씨는 또 지난해 도주한 이 씨로부터 범행에 이용한 PC를 버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인 최 씨에게 지시해 PC를 포맷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최 씨는 황 씨의 지시를 받아 PC를 포맷하고, 황 씨가 도주 중이던 이 씨와 연락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명의로 휴대 전화번호 2개를 개통해 준 혐의(증거인멸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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