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명문대 '핵인싸'들, 어쩌다 마약 중독에…3년 동안 무슨 일이
[사건의재구성] 친목 도모→마약 투약 장 변질된 연합동아리
회원 300명 대다수 명문대생…회장 30대 A 씨 등 14명 기소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서울 시내 더블 역세권 내 13억 원 상당 33평형 동아리방, 다수 고급 호텔·리조트 VIP, 동아리 자차 8대 이상 보유"
흔한 대학교 동아리 홍보 글이라기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 같은 조건은 직장인 동호회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A 씨가 이 동아리를 만든 지 3년 만에 회원 수가 300명으로 불어난 이유로 꼽힌다.
연세대 학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A 씨가 2021년 어느 날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만든 이유는 단순히 '친목 도모'였다. 훗날 A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그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허세 부리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그런 부류의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처음부터 동아리 회원들을 상대로 마약을 팔아 돈 벌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또래 대학생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왕이면 대학도 좋고 인물도 뛰어나고 교우관계도 원만한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그런 동아리가 목적이었다.
그렇게 서울대, 고려대가 포함된 수도권 주요 명문대 13곳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A 씨는 직접 대면 면접을 거쳐 회원들을 선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5일 기준 동아리 회원 수는 최소 300명,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다.
여느 평범한 대학생 친목 동아리에서 지난 3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동아리 출범 다음 해인 2022년 11월. A 씨는 모 대학축제에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 검찰 조사 결과 단순 호기심이었고 그날 이후 A 씨는 본격적으로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마약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A 씨는 클럽, 축제, 공공장소 등에서 마약을 구해 일부는 투약하고 나머지는 되팔아 수익을 챙겼다.
검찰은 "A 씨가 원래부터 가진 재산이 많아서 100만 원 단위로 마약을 공동 구매했다"며 "이후 개별 회원들에게 1회 투약분 5만~15만 원씩 팔아 차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로부터 얻은 마약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동아리 운영비로 활용됐다. 초호화 동아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A 씨는 SNS를 통해 외제 차·고급 호텔·최고급식당(파인다이닝)·회원전용 숙소·음악 페스티벌 입장 등을 무료,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대학생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런 호화 술자리·풀 파티 등을 개최해 이에 현혹된 이들을 회원으로 끌어모았다.
A 씨는 이들 중에서도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했다. 열혈 회원들을 대상으로 별도 행사를 개최해 초대했고 음주를 권하면서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타 자연스럽게 액상 대마를 권했다. 이후 MDMA·LSD·케타민·사일로사이빈·필로폰·합성대마 등 순차적으로 다양한 마약을 접하게 했다.
그렇게 마약에 중독된 회원들에게는 텔레그램·암호화폐를 통해 고가에 마약을 판매해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등이 2023년 1년간 거래한 마약 대금은 최소 1200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팀전이다, 나만 입 다물어서는 안 되고 우리 다 같이 다물어야 한다"며 회원들에게 비밀 유지를 당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 씨의 단순 마약 투약 혐의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동아리 마약 유통·투약 실체를 발견하고는 추가 기소했다.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동아리 임원인 20대 중반 B·C 씨와 20대 초반 D 씨를 구속기소하고 다른 2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단순 투약한 8명은 전력, 중독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피의자들 대다수는 수도권 출신으로 지방이나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지역 대학으로 진학한 이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생, 지난 학기 장학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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