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파티' 집단투약 명문대 동아리 파장…의대·로스쿨 준비생도 멤버(종합)

"외모 좋은 명문대생 모집"…동아리 회장은 카이스트 대학원생
서울대·고대 등 명문대생 300여명 가입…검찰, 추가 피의자 수사

5일 오전 9시26분 기준 해당 대학생 연합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서울대와 카이스트, 고려대 등 주요 명문대 학생 300여 명이 가입한 전국 2위 규모 대학생 연합동아리의 집단 마약 투약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애초 마약을 목적으로 결성된 동아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애초 외모가 뛰어나고 교우 관계가 원만한 대학생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결성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동아리 활동 중 마약을 투약하고 마약 판매 수익까지 내며 범죄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서울 남부지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아리 회장 A 씨는 30대 초반으로 연세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재학 중인 학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A 씨는 동아리 임원진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해 별도 행사에 초대해 음주하면서 참석자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이용해 액상 대마를 권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은밀한 제안에 빠져든 회원들은 MDMA·LSD·케타민·사일로사이빈·필로폰·합성대마 등 다양한 마약을 투약했다. A 씨 일당은 텔레그램·암호화폐를 통해 마약을 고가에 판매하는 수익 사업까지 영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일당이 2023년 1년간 암호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대금은 최소 1200만 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A 씨가 마약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싸게 구매한 뒤 회원들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1회 투약 분씩 판매했다"며 "LSD 1회 투약분을 10만 원 정도에 사 와 회원들에게 15~20만 원가량에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뿐 아니라 무통장입금, 현금, 세탁된 코인 거래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수익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동아리 회원들이 놀이공원에서 마약을 투약한 모습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제공)

동아리 회원들은 서울대·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명문대 13곳에 다니는 20대 초중반 대학생 3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가운데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생, 지난 학기 장학생 등도 포함됐다.

A 씨는 2021년 동아리를 결성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제 차·고급 호텔 ·최고급식당(파인다이닝)·회원전용 숙소·음악 페스티벌 입장 등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며 회원들을 꾀었다. A 씨는 회원들을 직접 면접해 선발하기도 했다.

A 씨는 마약 판매 수익으로 고급 호텔에서 초호화 술자리나 풀파티를 열어 회원들을 현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 씨의 마약 투약 혐의 1심 재판 중 공판 검사가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A 씨와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LSD를 투약하던 중 '배드트립'이라는 환각 부작용에 빠져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 체포됐다"며 "처음에는 단순 투약 사건이었지만 공판 과정에서 계좌 거래내역을 살펴봤더니, 동아리 회원들로부터 거의 똑같은 금액을 송금받는 등 무언가를 사고판 것 같은 의심이 들어 수사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무고 혐의로 A 씨를 추가 기소했으며 동아리 임원인 20대 중반 B·C 씨와 20대 초반 D 씨도 구속기소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적발된 대학생은 최소 14명이다.

검찰은 A 씨의 동아리가 부유층 회원들 위주로 운영됐냐는 질문에 "회비가 통상 10만 원 미만으로 운영돼 진입장벽이 매우 낮았다"며 "고급 호텔이나, 파인다이닝 등 때문에 고가일 것 같지만 누구나 부담없이 낼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회원모집의 유인이 됐다"고 답했다.

동아리 회원 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생의 경우 진학에 페널티가 있냐는 질문에는 "대학별로 다르지만 장래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동아리 운영 방식과 관련해선 "서울의 아파트를 임차해 '○○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며 언제든지 잠도 잘 수 있게끔 했다"며 "동아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와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잘 짜인 조직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A 씨의 동아리가 범죄 단체와 연루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는 동아리 회원을 비롯한 9000명 이상이 '마약 수사 회피'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채널에는 휴대전화 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방법과 모발 탈·염색, 피의자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 구체적인 수사 대비 방법이 공유됐고 피의자들도 이를 실제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이 생각보다 나쁜 게 아닌데 왜 범죄화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내용을 비롯해 마약 구매 대금을 세탁하는 방법(믹싱)까지 공유됐다"며 "대검찰청과 공조해 채널 운영자를 추적하고 있으며 자금세탁, 마약 권유 관련 혐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