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도 장애" vs "예산 감당 안돼"[세상을 바꿀 법정]
⑦ "복지 혜택서 차별" 헌법소원 그 후
"치매도 정신적 장애" vs "차별 아냐" 헌재 판결 주목
-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추정 치매 환자 수 100만 명 시대,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는 질병 치매. 노인성 치매는 과연 장애로 인정될까.
4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수는 96만여 명에 달하고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8%이다.
급격한 노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환자 수는 물론 유병률도 높아져 2030년 142만 명, 2040년 226만 명, 2050년 315만 명, 2060년 340만 명, 2070년 334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국가 치매 관리 비용 역시 2023년 기준(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약 22조 6000억 원에서 2070년엔 약 263조 3000억 원까지 무려 10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성 치매를 장애로 인정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성 치매, 지적 장애서 제외" 복지부 고시…"치매도 장애" 반박
허들은 높다. 지난해 공고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선천적 지능 저하와 뇌손상, 뇌질환 등으로 지능 저하가 온 경우 검사를 거쳐 지적 장애로 판정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노인성 치매는 제외된다.
비록 노인성 치매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돌봄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현 제도만으론 서비스 이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노인성 치매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장애인 이동을 위한 콜택시나 전용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고 다른 장애인 복지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한국치매협회는 지난해 3월 장애인등록신청 대상에 노인성 치매를 제외하는 보건복지부 고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협회는 치매 노인의 복리와 권익 옹호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실제 장애를 겪는 자연인과 구별된다. 장애인으로 등록돼 보호 등 조치를 받는 직접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치매협회, 내용 보강해 재청구·심리 중…복지부 "모두 다 장애 인정할 순 없어"
이후 한국치매협회는 지난해 9월 내용을 보강해 헌법소원을 청구, 현재 심리 중이다.
치매협회는 헌법 소원을 낸 주된 이유로 복지부 고시가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인(신체·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 규정과 충돌했다는 것을 꼽았다.
치매로 지능 저하를 겪는 이들은 정신적 장애로 제약을 받았기에 지적 장애인과 같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치매협회 헌법소원 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단지 노인성 치매라는 이유로 장애 인정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며 "고령화 시대 복지 사각지대가 커지는 것이기에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노인성 치매는 노화로 인한 기능 장애로 이같은 장애를 모두 다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애라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중단되거나 회복 불가능한 정도가 됐을 때 인정하는데 노인성 치매는 노화로 인한 기능 장애로 본 것"이라며 "노화가 되면 누구나 신체, 정신적인 기능이 다 약해지는데 모두 다 장애로 인정해줄 순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장애 인정 기준을 다시 정하면 되는 것이지, 꼭 치매만 배제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노인성 침해란 진단도 없고 앞으로 노인 사회가 되고 장애의 경우에는 동등한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흐리멍덩한 이유로 장애를 배제할 수 있다는 규정은 평등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다만 양측 모두 헌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라 결론이 날 때까지 양측이 협의하고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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