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퇴임…"다양성·토론의 가치" 강조

"법관 사이 논의 활성화해 '공정한 재판' 국민 요구 부응"

이동원(왼쪽부터),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2024.8.1/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한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국민이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위해 법관들이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는 점을 항상 자각하며 그에 걸맞은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재판에 임했다"고 지난 대법관 생활을 돌아봤다.

김 대법관은 "법대 위에서 사회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동료 대법관들에게 법대 아래에서 전개되는 구체적인 사회 현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소외를 잘 전달해 올바른 판결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법관이 각 부에 1명씩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속했던 1부는 제 임기 72개월 중 약 22개월 동안 남녀 동수 대법관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러한 구성이 균형 잡힌 토론과 결론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와 방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원 대법관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 규정을 인용하며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법관마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자리에 서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 특히 다른 법관들이 생각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 양심이 어떠한지 귀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헌법과 법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관한 보편적 견해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 사이에 법령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될 때 헌법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해야 어느 법원에서, 어느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노정희 대법관은 역대 148번째 대법관, 7번째 여성 대법관으로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 특히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절절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들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저의 부족함을 절감하기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노 대법관은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헌법 정신을 사법부의 모든 업무 수행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며 "이를 위해 사법부의 구성 자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이 꾸준히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그리하여 여성으로서 7번째 운운한 저의 말이 소소한 웃음거리가 되는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오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세 대법관 후임 중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장녀의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에 관한 보고서 채택은 미뤄졌다.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검토 기간을 거쳐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들을 임명한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