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차원 '정당 현수막 규제' 대법서 제동…"조례 의결 무효"
"정당활동 자유 제한 필요해도…입법자가 법으로 정해야"
"개정 옥외광고물법령, 조례에 위임 안해…규율 못한다"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려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움직임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미 정당 현수막의 개수와 설치 장소 등을 규정하는 법이 존재하고 있어 이를 더 엄격하게 정하는 조례안은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천광역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행안부가 광주광역시의회, 울산광역시의회, 부산광역시의회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다.
2022년 12월 11일부터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때 신고 절차와 장소 제한을 두지 않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해 안전사고 발생, 도시 미관 저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2023년 5월, 광주시의회, 울산시의회, 부산시의회는 같은 해 9월 게시할 수 있는 정당 현수막의 개수와 내용 등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각 지자체는 이를 그대로 공포했다.
이 과정에서 행안부는 "조례안 규정이 관련 법령에 위반된다"며 재의를 요구했지만 각 광역시장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행안부는 결국 소송을 냈다.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 사항을 이미 규율하는 법령이 있다면 해당 조례가 헌법상 '법령 우위의 원칙'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하위법령인 조례로서 개정 옥외광고물법령이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해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조례안 규정은 개정 옥외광고물법령에 위반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는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율을 통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옥외광고물법이 1차 개정되기 전에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단속 근거가 지자체별로 달라 형평성 문제가 잇따라 지적돼 법률을 통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됐다는 배경도 함께 짚었다.
정당 현수막 난립 논란 이후 현수막 개수와 설치 장소 등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공포안과 시행령 개정안은 2023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는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보장과 제한을 실시하는 취지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어 "개정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은 조례로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며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정당 현수막에 관한 규율은 그 본질상 지자체가 법령의 위임 없이도 조례로 규율할 수 있는 사항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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