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빌려주며 선이자 120만원…못 갚으면 "내가 우습냐" 찾아가 행패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채무자들의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가 불법 추심을 자행하고 심지어 불법 도박 관계자에게 통장 매매까지 종용한 대부업자들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서동원 판사는 채권추심법 및 대부업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56·남)와 B 씨(51·남)에게 각각 징역 3년의 집행유예 5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와 B 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한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동업자 관계로,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 164.66%의 이자를 받는 등 불법 대출을 실행하고,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집으로 찾아가는 등 불법 추심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 5월부터, B 씨는 2020년 10월 초순경부터 지난해 5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채무자들로부터 연 이자율 160%가 넘는 이자를 수령하며 대부업을 운영했다.

채무자들이 500만 원을 빌릴 경우 선이자로 120만 원을 떼고 380만 원만 지급하는 식이었다. A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258만 원을 빌려주면서 9주 동안 1주일에 이자 36만 원씩, 연 이자율 251.1%의 이자를 수령하기도 했다.

이들은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 문을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들이 방문했다는 의미의 노란 스티커를 여러 장 부착하고, 채무자가 탄 차를 쫓아가 조수석 뒷좌석 문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그중 한 피해자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약 7개월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1137회에 걸쳐 채무 상환을 독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피해자가 A 씨에게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전화 안 해. 내가 우습냐?", "넌 대화로는 안 되것(겠)다", "넌 다시 엎어야 돼(변제하지 못한 원리금 합산액에 20~25%를 가산해 원금으로 삼아 다시 대부계약을 체결하는 것)"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B 씨는 또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게 "불법 도박사이트와 관련된 통장 일을 하는 사람을 알고 있으니, 통장을 양도해 그 대금으로 차용금도 빨리 변제하고 생활비로도 사용하라"고 제안하고 채무자가 개설한 법인 명의의 계좌와 현금인출카드를 받아 범죄조직에 넘긴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이미 2018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부업법 위반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8월 판결이 확정된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채권추심자로서 반복적으로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함으로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해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해쳤다"면서도 "A 씨에게 동종 전과가 있는 점, B 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은 없는 점, A 씨와 B 씨는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채무자 일부는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