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으로 끝난 해병대원 청문회…공수처 "특검까지 핵심 의혹 집중"
'VIP 격노설' 진술 엇갈려…자료 회수 과정 윗선 개입 정황 나와
공수처 "청문회 정치의 장 한계…핵심 직권남용죄 수사에 집중"
- 정재민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이밝음 기자 =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청문회'가 기존 의혹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되면서 공이 다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어왔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의 실체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또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가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점도 확인됐다.
공수처는 청문회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일부 증인들은 선서도 하지 않아 발언을 그대로 수사자료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공수처는 "청문회에선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청문회와 무관하게 수사팀이 그동안 준비해 왔던 것들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꼬였다" 김계환 "답변 못해"
24일 공수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순직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쟁점은 이른바 윤 대통령 격노설의 실체와 사건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는 과정에서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격노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청문회에서 "저는 사령관으로부터 분명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을 들었다"며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반면 화상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공수처에서 피의자로 돼 있고, 수사 중이라 형사소송법 148조에 의거해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경북청에서 전화 올 거라고"…'윗선' 개입 있었나
지난해 8월 2일 박 전 수사단장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가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윗선이 개입했는지도 쟁점이다.
지난해 8월 2일은 윤 대통령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진 날이다. 동시에 당시 순직 사고의 책임자인 임성근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보고서가 경찰로부터 회수된 날이기도 하다.
청문회에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지난해 8월 2일 오후 4시 21분쯤 윤 대통령과 약 10초간 통화한 것을 두고 "그것은 회수와 관련한 것이고 외압을 행사한 것은…"이라고 말했다. 당시 통화가 회수와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또 순직 해병 수사 기록이 경찰에서 군으로 회수되는 과정을 대통령실이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핵심 관련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수사 기록 회수 관련 언질을 받았다고 증언하면서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청문회에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올 거라고 말해줬다"고 주장했다.
유 관리관이 임 전 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후 1시 42분이다. 이후 유 관리관은 오후 1시 51분 경북경찰청에 전화를 걸었다. 이보다 앞선 오후 1시 25분에는 윤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4분 51초 동안 통화했다. 윤 대통령에서 임 전 비서관, 유 관리관, 경북경찰청 순서로 통화가 이뤄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하기 전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3차례 통화했다. 그 사이 박 전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됐다.
이 전 장관은 청문회에서 "(박 전 수사단장 인사 조치를) 지시한 뒤 대통령실의 전화를 받았다"며 "기록상으로도 기억도 그렇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수처 "수사 도움 될지는 의문…그간 준비했던 대로 수사 진행"
공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청문회에서의 증인 진술이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청문회와 무관하게 일정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청문회는 정치의 장이라 증명력이나 증거 가치를 재판의 장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증인들은 증인 선서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 쟁점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것들로 특검까지 최대한 조사를 진행해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수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청으로 사건 기록 회수 의사가 전달된 정황도 파악하고 있다.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장으로부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파견 경찰이 '유 관리관이 해병대 수사 기록 회수 관련해 경북청에 전화할 것'이라고 알려줘 이를 노 모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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