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체결돼야 범죄" 제동 걸린 불법 공매도 재판…고민 빠진 검찰
法, HSBC 공매도 재판서 "미수 행위 처벌 규정 없다" 제동
"주문도 범죄" 인정 안 되면 남은 사건에도 지장…소명 고심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법원이 HSBC홍콩법인의 수백억 원대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혐의에 대해 "매도가 체결되지 않으면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검찰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검찰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면 진행 중인 다른 사건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이번 재판은 전체 공매도 사건 수사에 있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공매도 주문의 위·수탁 규정을 다룬 자본시장법 180조를 재판을 풀어갈 '키 포인트'로 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불법 공매도수사팀(금융조사 1·2부)은 7월 예정된 HSBC 홍콩 법인의 불법 공매도 관련 2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3월 남부지검 불법공매도수사팀은 HSBC 홍콩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9개 상장사 주식 32만 주, 합계 158억 원 상당을 공매도 주문해 자본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매입해 빌린 만큼 되갚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행위로 자본시장법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다.
법원은 지난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이같은 공소 내용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재판부는 "거래 체결이 이뤄져야 기수(범죄 성립)이며 법률에서도 공매도 미수를 처벌하는 건 아니다"라며 공소장 변경 검토를 요청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에 검찰은 물론이고, IB의 불법 공매도 사실을 적발한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제429조에 따라 공매도 주문을 넣은 금융투자회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매도 주문'에 대한 범죄 성립 여부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가뜩이나 HSBC 홍콩법인이 검찰의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고의성 입증에 의문 부호가 붙은 상황이라, 재판부의 이같은 제동은 검찰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현재 법원에 제출할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자본시장법 180조에 적혀 있는 위·수탁 규정에 대한 해석에 따라 재판의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소유하지 않은 상장 증권의 매도를 하거나 그 위탁 또는 수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HSBC 홍콩법인이 고객으로부터 매도스와프 주문을 접수해, 국내 증권사에 주문을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HSBC 홍콩법인이 위탁자고, 국내 증권사를 수탁사로 보고 있다. 이대로 해석된다면 미수 규정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는 셈이다.
만약 검찰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면 선고될 형량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주문이 체결된 금액은 전체 주문 금액 158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불법 공매도 사건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남부지검은 BNP파리바 홍콩법인의 400억 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 모 글로벌 헤지펀드의 SK하이닉스 블록딜 과정에서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수사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위·수탁 규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법을 개정해 미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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