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자들 손배소 일부 승소…"국가폭력 인정했다"
군사정권 당시 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자들 소송
"3000만~8000만 원 지급"…"항소여부 신중 검토"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때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강제징집·녹화사업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22일 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자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3000만~80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최규연) 역시 이날 피해자 1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은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하고 '붉은 사상을 푸르게 한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녹화사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학내 간첩과 북한 찬양자를 조사하는 프락치 노릇을 강요하고 고문·폭행·가혹행위·협박 등 경제적·육체적·정신적 위해 행위도 가했다.
이에 지난해 5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 대리인단이 피해자를 모집해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가 나온 사건을 포함해 제기된 소송은 14건으로 총 120명이 참여했다.
이날 선고 이후 피해자들은 "국가 폭력이 불법 행위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나름 역사가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영기 변호사는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에 이어 사법적 정의를 확인한 중요한 의미의 판결"이라며 "다만 피해자가 매우 많은데도 진실규명 신청자가 몇 분 되지 않아 입법적으로 전수조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과 함께 판결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제징집 피해자 남철희 씨는 "늦게나마 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며 "돌아가신 친구·후배들에게 이 소식을 전한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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