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도봉 아파트 화재' 첫 재판…"담배꽁초 원인 단정할 수 없어" 주장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 70대 무죄 주장 "檢 무리한 추론"
유가족 "내 인생의 전부가…사과한 적 없어" 엄벌 촉구

성탄절인 25일 오전 4시57분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봉소방서 제공) 2023.12.25/뉴스1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지난해 성탄절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피고인 측은 "불합리한 추론"이라고 맞섰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판사 최형준)은 1일 오전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70대 남성 김 모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 씨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다"며 "담배꽁초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현장 감식 보고서의 근거는 단지 화재 현장에 담배꽁초가 있다는 점만으로 추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놋쇠 재떨이에 담뱃불을 비벼 끄면서 담배를 피웠다는 점 등 피고인 흡연 습관과 당일의 행적, 책상 주위에 인화 물질이 없었다는 점 등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불합리한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 측은 감식 보고서가 현장에서 다량의 담배꽁초가 발견된 점에 매몰돼 전기적 요인 등 다른 화재 요인을 배제한 것 아니냐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4시57분쯤 부주의로 담뱃불을 끄지 않아 화재를 일으켜 주민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씨가 신문지, 쓰레기봉투 등이 쌓인 방 안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시청하며 계속 담배를 피우다 불씨가 남아 있는 꽁초를 버려둔 채 방을 나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거실에 연기가 차자 현관문과 방문을 활짝 여는 바람에 다량의 공기가 유입되면서 화재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불로 위층에 살던 30대 남성이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목숨을 잃었고 10층에 사는 또 다른 3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숨지는 등 29명이 피해를 보았다.

이날 재판을 방청하던 피해자 유가족 A 씨는 "저희 아들은 정말로 저한테 둘도 없는 건 제 인생의 전부였다"며 "피고인 쪽에서 저희들 한 번 사과한 적도 없고, 결혼할 나이의 아들이 죽어 그 아픔과 고통을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한다"고 엄벌을 탄원했다.

다음 재판 기일은 오는 24일 진행될 예정이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