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번엔 의료계 '손' 들까…"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내라"

서울고법,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서 정부 측에 요구
1심 집행정지는 '완패'…이달 중순 전 2심 결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 모습. 2024.5.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들이 신청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를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법이 정부 측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의대 정원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간 의료계 측이 낸 집행정지가 1심에서 줄줄이 각하되며 '완패'한 가운데, 2심 법원이 심리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날 열린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 측에 증원 규모로 내세웠던 2000명의 근거를 내라고 요구했다. 또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 전까지 정원 최종 승인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재판부는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차후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실사자료와 회의록 등을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5월) 10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그다음 주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그간 의대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다양한 신청인들을 내세워 증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처분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하며 본안 내용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증원 근거 등 구체적인 자료들을 요구하면서, 당사자적격 여부에서 더 나아가 본안 판단까지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재판부는 1심 패소의 핵심적 이유인 당사자적격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단 여지를 남겼다.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그럼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고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그래서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심문에서 집행정지 결정 전까지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5월) 중순 이전까지 결정할 테니 그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은 의대 정원 증원분을 반영한 2025학년도 모집 정원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며 대교협은 심사를 거쳐 5월 말까지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다만 대교협 방침에 따라 이달 초까지 제출 기한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는 이같은 법원의 소송 지휘에 고무된 분위기다. 신청인 측은 심문이 종료된 후 '법원이 증원 승인 절차를 중지시켰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피고 측에 증원 관련 승인에 관해 언급한 부분에 어떤 구속력이 있는 것은 결정이나 명령이 아니다"라며 "집행정지 사건의 결정 전에 서둘러 절차가 진행되어 확정되면 해당 사건의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