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소장 "연구관 줄 퇴직으로 헌법재판 지연…증원 시급한 과제"
헌재도 재판 지연으로 골머리…법정 처리기한 180일 대부분 못 지켜
'핵심전력' 헌법연구관, 지난해 6명 사직…자체 노력만으론 역부족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헌법연구원의 줄퇴직을 꼽았다. 최근 연이은 퇴직으로 수가 크게 줄어들어 업무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소장은 헌법연구관의 증원 문제를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26일 종로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진 법원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도 재판 지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헌재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180일을 훌쩍 넘어 선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재판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사건 처리 기간은 2013년 444일에서 2022년 663일로 219일 추가, 위헌심사형은 2013년 567일에서 2022년 924일로 357일 추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 처리하는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약 800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사건 접수 건수가 많이 늘었고, 무엇보다 난도가 높은 사건이 많이 늘었다"며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국회에서 제기된 탄핵과 권한쟁의 등 사건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인력이 투입해야 하는데, 이런 사건들이 업무를 과중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특히 재판 지연의 가장 큰 원인으로 헌법연구관들의 줄퇴직 문제를 지적했다. 헌법연구관은 사건의 심리·심판에 관한 조사 및 연구를 담당하면서 연구보고서와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소장은 "헌법연구관 수가 절대적으로 아주 부족한데, 최근 연구관들의 퇴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에만 헌법연구관 6명이 판사와 로스쿨 교수 등으로 전직하면서 퇴직했다. 60여명에 불과한 헌법연구관 중 약 10%가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헌재는 최근 접수된 사건의 사전심사를 전담하는 부서를 독립해 설치하고, 공동연구조에는 오랜 검토가 필요한 사건을 전담하는 경력이 많은 연구관을 배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사건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시행했다.
그러나 연구관들의 줄퇴직으로 연구관 수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이 같은 조치들도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 소장은 "이 같은 (사직) 추세가 앞으로도 어느 정도 계속되기 때문에 연구관 수를 증원하는 게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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