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수리 금지'로 복지부 장관 고발…법조계 "직권남용 적용 무리"

(서울=뉴스1) 박승주 김기성 기자 =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정 갈등을 둘러싼 고소·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위법하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장관의 명령에 직권남용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다.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미생모)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법률지원단 아미쿠스메디쿠스는 19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이들은 복지부가 직권을 남용해 전공의 휴식권, 사직권,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권한을 남용했다는 설명이다.

임현택 미생모 대표는 "정부가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법조계는 정부 명령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발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는 하겠지만 불기소로 사건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의사단체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권한남용 입증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공공성과 연관이 있으므로 전공의의 기본권 제한이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검토하겠지만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수요를 조사하는 등 강제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판단에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유지명령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 불응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불이익을 줄 수 없는데도 정부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고 있다"며 "의무 없는 행위를 강제로 하게 하고 있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