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공수처, 이종섭 소환 앞서 4월 군 간부 줄소환 나서나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종섭 주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사가 소환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실제 공수처가 언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공수처가 곧바로 이 대사를 소환 조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군 간부에 대한 줄소환에 먼저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사는 채상병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 기록 회수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를 받고 있다.

◇ 대통령실 "공수처가 출국 허락" vs 공수처 "그런 적 없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에서 "해당 사건관계인(이 대사)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이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재차 "공수처는 조사 기일이 정해지면 (일정을) 통보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사실상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금지만 연장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후에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추가 소환 일정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공수처, 이종섭 소환 언제쯤?…4월 군 간부 소환 가능성

이 대사는 전날 KBS 인터뷰에서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수처가 바로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현재 지난 1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입증을 위한 주요 사건 관계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절차상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사는 4월 공관장 회의 때 귀국할 예정이어서 공수처 조사 역시 이 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이 대사 귀국 전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임성근 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에 대한 대면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공수처가 총선 이후 이들에 대한 줄소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공수처장 공백 여파 지적도…야권, 공수처 관계자 고발

공수처가 그동안 침묵을 지킨 것이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내부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공수처 특성상 주요 수사가 정치적 현안에 휩싸이기 마련이지만 이를 조율할 처·차장이 수개월째 빈자리로 남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민감한 수사의 경우 실무진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수개월째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공수처 상황을 고려하면 채상병 사건 수사가 속도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처장 후보로 이명순·오동운 변호사를 추천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20일 가까이 인사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 대사의 출국금지 조치를 언론에 누설했다며 신원미상의 공수처 관계자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고발했다.

이 의원은 "수사 비밀인 출국금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민주당은 이를 이용하여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거이자 선거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