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23일 이후 한국행…피해자들, 배상받을 길 열릴까
테라·루나 검찰 수사 탄력…송환 즉시 조사 나설 듯
"송환 한국 투자자들에 유리"…美 법무부 "권도형 인도 계속 추진"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몬테네그로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한국에 인도하기로 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8만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권도형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권 씨를 미국에 송환하기로 했던 결정을 약 2주 만에 뒤집은 것이다. 항소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미국보다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사흘 먼저 제출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현지법상 범죄인 인도 집행 권한은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을 내릴 경우 권 씨는 위조 여권 사건 형기가 만료되는 오는 22일 전후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검찰, 공항서 권도형 신병 확보…고강도 수사 나설 듯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권 씨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신병을 확보하고 즉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송환된 권 씨의 측근 한창준 씨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장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권 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테라·루나'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씨가 테라·루나를 직접 설계한 장본인인 만큼 프로젝트의 실현 불가능성과 폭락 사태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를 포함해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권 씨가 받는 혐의는 크게 5가지다. '테라·루나' 사태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거의 동일하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부정거래, 공모규제 위반, 무인가영업)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배임, 횡령)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사수신법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다.
권 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면 현재 '테라·루나' 사건으로 기소된 신 전 대표와 한 CFO 재판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이 '테라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음에도 허위로 홍보하는 등 부정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지금까지는 결정적 주범인 권 씨가 빠진 채 반쪽짜리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신현성처럼 불구속 상태에서 잊힌 공범들의 재판에도 관심이 생기면 그만큼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과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추후 재판 과정에서 합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 씨와 권 씨가 공범 관계가 되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韓 처벌수위 낮지만 투자자 피해 구제는 더 용이…권도형 '재산' 얼마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 국내 피해자들의 구제에도 한발짝 가까워진다. 만약 유죄가 나올 경우 양형에 참작을 받기 위해서라도 권 씨가 피해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벌 수위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약하지만 피해 구제 측면에선 더 유리한 셈이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김현권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지금으로선 무죄를 다툴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라도 입장이 번복되거나, 유죄가 나올 경우에는 최소한 고소했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피해 회복에 나설 수도 있다"며 "미국행보다는 국내로 송환되는 게 한국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 씨가 한국에 보유한 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관심사다. 피해 금액이 수조 원에 이르는 만큼 완전한 배상은 불가능하지만 추징할 재산이 많을수록 배상액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신 전 대표 등 테라폼랩스 전현직 임직원 8명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3231억 원대 재산을 추징보전해 놓은 상태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취득한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처분하지 못하도록 매매나 양도 등의 행위를 막는 조치다.
권 씨가 한국으로 소환되더라도 추후 다시 미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권 씨가 이번에 한국에 송환되더라도 미국에 아예 안 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미국에도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재판이 다 끝나고 난 뒤 미국 당국이 다시 송환을 요청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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