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 대법관 후보자 "법관 증원 절실…尹, 10년간 한 번 만나"

국회 인사청문 사전 답변…"재판 지연 시 실질적 권리구제 못 해"
"사형제 폐지 고려 할 만…5·18정신 헌법 개정, 국민적 합의 필요"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

(서울=뉴스1) 황두현 정재민 기자 =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55·사법연수원 23기)는 사법부 핵심 과제로 꼽히는 재판 지연 해소 방안으로 "법관 증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26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공통 요구자료에 따르면 엄 후보자는 사법제도의 선결 과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재판절차가 지연되면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권리구제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 후보자는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재판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재판의 충실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해 법관 증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인력 상황을 고려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 소송법 조항 활용한 집중심리 △소송지휘 효율화 △법원장의 사건 담당 △1심 단독관할 확대 △ 전문법원 신설 △전문법관 제도 확대 및 사무분담 장기화 △조정·전문심리위원제도 활성화 △영상재판 활용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감정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와 대리인의 협조를 끌어낼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법관 임용 제도를 구축하고, 임용 후 근무 동기를 부여하고 개인 역량 강화를 독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관인사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사형제 존폐에 대해서는 "제도의 범죄 억지력이 입증된 바가 없으나 한 번 집행되면 결과를 돌이킬 수 없고 정치적으로 악용된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며 "대체 수단 도입과 함께 사형제 폐지를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형제가 위헌인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이고 사형제가 존재하고 합헌으로 선언되고 있는 한 최후수단으로 사형 선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을 반영한 개헌 방향을 두고는 "신군부 인사들의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해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 운동"이라면서도 "헌법 개정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관으로 내린 뜻깊은 판결로는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돼 16년을 복역한 함주명 씨의 재심 무죄 선고, 공기업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경비업체 직원의 근로자파견 관계 성립 인정 등을 꼽았다.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위법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언급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는 불교 경전인 금강반야바라밀경을 꼽으며 '마땅히 집착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노동의 현실과 법 제도를 담은 '노동에 대하여 말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책을 읽었다고도 했다.

최근 10년간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만남 여부를 두고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직 무렵 서초동에 근무하는 법원, 검찰 동기 모임에서 1회 정도 만난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동문인 엄 후보자와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다. 법조 경력은 같지만 나이는 윤 대통령이 8살 많다.

엄 후보자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여부와 관련해 "영리를 추구하기보다는 공익활동을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할 당시 강의에 보람과 흥미를 느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교 등에서 후배 법조인을 양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