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초읽기'…2000년·2014년 파업 엇갈렸던 법원 판결 이번엔?
'사상 초유' 2000년 의료 분업 파업 당시 1~3심 모두 "유죄"
2014년 파업 당시 땐 '무죄'…업무개시명령 사직한 경우 적용 힘들어
- 임세원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김기성 기자 = 사회적 비난 여론과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파업이 가시화하면서 또다시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을 이탈하기로 했다. 각 병원에는 이미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업을 주도한 단체의 경우 2000년과 2014년 유무죄가 엇갈렸던 만큼 파업 결의 방식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파업…의사 집단행동 '형사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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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0년 사상 초유의 의료계 파업이었던 '의약 분업 파업' 당시 정부는 명령을 어기고 파업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형사 처분과 의사 면허 취소에 나섰다.
의약 분업 반대 단체행동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기치 아래 시행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사단체는 이듬해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당시 의사 협회 주도로 전국 1만5000개에 달하는 병의원이 동참해 휴·폐업이 이뤄졌다.
정부는 결국 '업무개시명령'를 내렸지만 의사들은 따르지 않았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할 시 정부가 업무를 강제할 수 있고 이를 어길 시 징역 등 형사 처벌과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검찰은 파업을 주도하고 집단행동을 강제했던 의협 간부들 9명을 의료법 위반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의 쟁점은 업무개시명령 불복(의료법 위반)과 사업자단체인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검찰은 의협이 사업자인 개별 의사들에게 단체 활동을 강제해 진료 및 병원 영업이라는 의사들의 사업과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봤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김재정 전 의협회장 등 9명의 간부에게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 또한 "원고들의 행위로 국민들은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면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에게 자기의 의사에 반해 휴업·휴진하도록 사실상 강요하며 구성원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김 전 회장 등 2명의 간부의 유죄를 확정하고 면허를 박탈했다. 당시 의협이 의사들에게 의사대회 당일 휴업하도록 강제했고 참석 서명 및 불참사유서 제출 요구한 행위 등이 판단 근거였다.
◇2014년 파업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다"…의사 자율적 결정에 따른 것
하지만 2014년 3월에 있었던 '원격의료 도입·영리병원 추진' 반대 집단 휴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의협은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입증 경과가 없다며 총파업을 결의, 정부의 만료에도 집단 휴진을 강행했다. 당시 파업에는 전국 개원의의 20.9%, 전공의의 30%가 참여했다.
한가지 달랐던 점은 휴업 여부를 투표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과반이 넘는 의사들이 투표에 참여했고 76.7%가 휴업에 찬성했다.
노환규 당시 회장 등 의협 간부 2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파업에 강제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휴업을 노 전 회장 등이 이끌긴 했지만, 구체적 실행은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원격진료나 의료민영화는 누가, 어떻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문제이자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며 "(집단 휴진은)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 표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 또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서울고법은 "휴업 참여 여부에 관해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했고, 불참 회원들에 대한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이 예고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 '의대 증원 반대 파업' 동참 의사·지도부 처벌받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의사들도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전례가 있는데다 정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2000년 파업은 약사와 의사가 강 대 강으로 싸워 국가 전체가 휘청했던 시기"라면서 "사안의 규모에 따라 판결 배경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사직서를 내고 사직 처리 전까지 한 달 정도 기간이 있는 게 일반적인데, 이 경우 사직서를 내고 무단결근한다면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수련 계약 위반, 업무방해, 진료 거부 소지가 있을 것 같다"며 "사직 처리 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을 때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집단행동으로 인해 병원 경영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한편 다른 의견도 있다. 의료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은 휴진 시 재개를 강제하는 것이지만 사직의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며 "사직서 제출 후 근로관계가 언제 끝나는가를 두고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sa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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