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재판 지연 해결 위해 4월 총선 전 판사 증원 법 통과돼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3182명 중 220여명 비가동"
법조 경력 조건 세분화 방안…"법관 처우 개선 필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2024.2.16/뉴스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판사 300여명을 늘리는 법안이 이번 4월 총선 이전에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정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만이 판사가 될 수 있는 '법조 일원화 정책'에서 요구하는 법조 경력 조건 완화를 총선 이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법개혁에 성공한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법관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육아휴직 등으로 정원 7% 비가동…사법부 우선 처리 과제"

조 대법원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취임 후 짧은 기간 동안 현재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은 일단 했지만, 근본적으로 법관 수가 부족하다"며 법관 증원을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판사 현원 3182명 중 육아휴직과 해외연수 등으로 재판 관련 업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인원이 전체 정원의 7%인 220여명에 달한다며, 판사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기획재정부와 다시 또 협상해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늦어진다"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정부가 2022년 12월에 발의한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법안은 각급 판사 정원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3214명에서 3584명으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법조 경력 3년·7년·10년·15년으로 세분화 추진"

조 대법원장은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른 법관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 경력 조건을 완화하는 방침을 총선 이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조일원화는 일정 기간의 법조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당시인 2013년엔 3년으로 시작해 2029년 이후에는 1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만 법관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7~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변호사로서 입지를 다진 법조인이, 보수도 훨씬 적은 판사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결국 판사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조 경력 요구 조건을 배석판사, 단독판사, 합의부 재판장 등 직책에 따라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증원 문제를 급히 추진하고, 경력 법관 문제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는 대로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설명해 드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대륙법계인 국가 중에서 경력법관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벨기에하고 우리나라뿐인데, 벨기에도 최근 우수한 법관자원을 뽑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경력 조건 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2024.2.16/뉴스1

◇"사법제도 미개" 평가받던 싱가포르도…법관 보수 확대로 이어질까

조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개혁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언급하며 법관의 보수도 획기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범죄에도 가차 없이 태형을 가해 전 세계적으로 미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싱가포르의 사법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법관의 처우 개선이었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싱가포르가 사법개혁의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한 것이 처우 문제였다. 법관 보수를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에게 버금갈 정도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판사가 될 때는 판사가 다른 직역에 비해 보수가 높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그 정돈 아니"라며 "법관들도 성인군자가 아니라 인간인지라 한계에 부딪힐 때 '힘들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요인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법조 경력자들이 법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보수가 절반 수준으로 깎이기 때문에 가족들 반대가 심해 경력 법관들의 지원 자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수한 법조 경력자들을 법관으로 임용하기 위해서라도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사실상 폐지 시사

조 대법원장은 또 전임인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에 대해 "입법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제도 폐지를 시사했다.

그는 "법원 구성원이 자기 법원장을 추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우리 법원조직법 자체가 법원장 후보 추천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입법 없이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우리 입법례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장기적으로 사법부 불안 요소가 되지 않게 전 구성원들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을 할 수 있도록 2021년 개정된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 등이 1,2심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 구속되지 않아 이 같은 예규가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조 대법원장은 "(법집행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이전부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법집행이) 공정하게 보여야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법부가 다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2024.2.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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