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청조 진술, 신뢰 힘들어"…'공모 의혹' 남현희 수사 영향은?

경찰, 이르면 내주 송치할 듯…전청조-남현희 진술 엇갈려
법원 "전청조, 남현희에 유리한 말 뒤집어…반성 진심인지 의심"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 씨가 8일 밤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전청조 사기 공범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장성희 기자 = 재벌 혼외자를 사칭하고 성별까지 속여가며 3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전청조(28)가 징역 12년을 선고받으면서 공범 의혹을 받고 있는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43) 수사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지난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양형 기준의 상한선인 징역 10년6개월보다 무거운 처벌로 제기된 혐의 대부분을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현재 남씨도 전씨의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전씨는 남씨도 공범이라고 주장한 반면 남씨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어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남현희 "나도 속았다, 돈도 명예도 바닥"= 남씨는 첫 대질조사 직전인 지난해 11월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청조에게 저 또한 속았고 당했다"며 "남들은 피해본 것이 돈이지만 나는 돈도 명예도 바닥나고 가족과 싸움이 일어나고 펜싱 아카데미도 운영 못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16일에도 SNS를 통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로 공범이 절대 아님을 입증하겠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남씨는 지난해 11월 전씨로부터 선물받은 3억원 상당의 벤틀리 차량과 1억여원 상당의 명품 가방, 귀금속 등 44점을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해당 차량과 물품들은 서울동부지법의 판결로 전부 몰수 처리됐다.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씨(27)가 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11.1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전청조 "범죄수익 공유, 남씨도 공범"= 반면 전씨는 재판 과정 내내 남씨도 공범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남씨가 자신이 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로 위장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범죄수익을 공유했다는 것이 전씨 주장이다.

전씨는 지난해 1월9일 남씨를 처음 만났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 '남씨에게 왜 접근했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전씨는 "남씨 펜싱 아카데미에서 펜싱과 심리학이 접목된 사업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처음 남씨를 만났을 때 여자용 펜싱 보호장비를 착용했지만 남씨와 관계를 맺은 지난해 2월부터는 남자 행세를 했다고 진술했다. 남씨가 자신이 원래 여자였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전씨는 남씨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현희와 결혼하고 싶었고 남현희만 생각해서 (결혼기사) 인터뷰를 했다"며 "길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손잡고 다니고 싶은 마음 하나로 (인터뷰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 전청조 진술 '온전히 신뢰하기 어려워'= 재판부는 남씨와 관련된 전씨의 진술을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남씨도 공범'이라는 전씨 진술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을 재판부가 열어놓은 셈이다.

재판부는 전씨의 선고기일에서 "(전씨는) 유명인과 관련된 본인의 말이 그 유명인에게 유리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게 거론되니까 (의미가) 명백한 말에 대해서도 부인하면서 그 뜻을 뒤집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유명인을 사랑했고 범행을 진실하게 반성한다는 (전씨)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공허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현재 추가 대질조사 계획 없이 남씨의 송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말에는 송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남씨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인데 조만간 종결될 것 같다"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