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이려는 게 누구냐" 망상 끝에 살인·방화한 60대…징역 20년 확정
둔기로 피해자 수차례 가격해 살해…건물에 불 지르기도
심신미약 인정…"망상장애, 범행 당시 비슷한 상태 추정"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알고 지내던 이웃을 살해하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무렵부터 여동생 등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독살하려고 한다는 망상에 시달려 왔다.
2022년 4월쯤부터는 택시 운전기사로 함께 일하던 피해자 B씨와 다른 동료 기사였던 C씨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고, 그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어 택시회사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하며 이들에게 앙심을 품어 왔다.
이후 A씨는 2023년 1월8일 오후 8시38분쯤 서울 중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위치한 B씨의 자택에서 B씨를 살해했다.
범행 당시 A씨는 망상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누구에게 사주를 받았냐?"라고 말하며 B씨를 둔기로 수 차례 내리쳤다.
A씨는 저항하는 피해자를 짓누르고는 "말을 하면 살려주겠다", "말하지 않으면 넌 죽어야 해"라고 말하며 목을 졸랐는데, B씨가 "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자 다시 여러 차례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이후 A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2분쯤 같은 층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A씨가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재판 당시에도 비슷한 정신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신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현재 피해망상, 피독망상, 현실판단력의 손상, 병식결여 등의 정신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범행 당시에도 비슷한 정신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또한 "피고인의 망상장애와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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