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서울변회 초청 고사하던 검찰총장, 여변 신년회 찾은 이유는

22일 한국여성변호사회 행사 참석…대전지검 여조부 수상 축하
"'자원봉사단체' 여변에 경의"…1시간 넘게 자리지키며 활동 격려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한국여성변호사회 신년회에 참석해 여성아동인권상을 수상한 대전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김지혜 부장검사와 오흥식, 서정효 검사를 격려하고 있다. 2024.1.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늦은 오후 이례적으로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신년회를 찾은 것은 그간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조해 온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법정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행사 참석을 고사한 이 총장은 이날 여변을 '자원봉사단체'로 추켜세우며 여성·아동인권 신장 활동에 경의를 표했다. 그의 '성인지 감수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전날 늦은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34차 한국여성변호사회 정기총회 및 신년회'에 참석했다.

행사 시작 10분여전 현장을 찾은 이 총장은 왕미양 신임 여변 회장 등 지도부와 인사를 나눴다. 이후 여성·아동인권상을 수상한 대전지검 여조부의 자리를 직접 찾아 검사들을 격려했다.

이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행사에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두 모임에 다 불참을 했는데 오늘 여성변호사회 행사에 참석을 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에서 여성아동범죄에 대한 대응과 피해자 보호라는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소통한 때가 떠오른다"며 취임 직후인 2022년 10월 여변과 가진 간담회를 회상했다. 이어 "당시 '이건 꼭 하셔야 한다'며 던진 두루마리를 지금도 열심히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여변을 '스스로 나선 자원봉사단체'로 콕 찝어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상 축사 이후 퇴정하는 그간 외부 행사의 관례와 달리 1시간여 넘게 자리를 지키며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 총장은 취임 후 줄곧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통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신장을 강조해왔다. 2022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방문해 디지털 범죄 엄정 대응을 위해 "국민 모두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여성·아동에 대한 혐오범죄나 중대사건이 늘어나면서 수사기관 대응 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취임 직후 범죄 예방과 피해자 인권 보호에 힘써온 여변과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이 총장이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엄중수사'를 지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수사팀은 당초 종교단체 압수수색 등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총장이 "대외 환경에 굴하지 말고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하게 대처해달라"고 주문하면서 특별수사팀을 꾸려 속도를 냈다는 후문이다.

수사팀은 일흔이 넘는 정명석의 나이에도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징역 23년형을 끌어냈다. 통상 검찰 구형에 고령의 나이가 참작된 전례를 고려하면 드문 조치다.

이 총장은 검찰 내부 행사가 열리면 '코사지'(가슴에 다는 꽃 장식)를 준비하지 않도록 당부한다. 대부분의 경우 남성이 아닌 젊은 여성이 장식을 매달아주는 일이 성차별적이라고 반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