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진성에 도와달라" 이재명 녹취 공개 vs 李 "유리한 것 빼고 왜곡"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범 김진성씨와 통화에서 "우리 시장님(김병량)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정 증언해달라며 요구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각종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이 대표가 2004년 이른바 'KBS PD 검사 사칭 사건'에 가담해 유죄가 확정된 데 대해 2018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누명을 썼다"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12월22일부터 24일까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시장과 KBS가 해당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 위증을 요구했다.

김씨는 2019년 2월 실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한 혐의로 이 대표와 같이 지난해 10월 기소돼 이 사건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이 대표와 달리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씨에게 "KBS하고 시장님(김병량) 측이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상의했고 가능하면 교감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면 제일 좋다"며 "실제 비서였으니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잖냐"고 말했다. 김씨가 "애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이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달라"고도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진술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김씨는 계속 부담감을 표시하고 상당히 고민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제 김씨가 법정에서 이 대표 요구대로 답변하자 이후 "김씨는 이 대표를 형님으로 칭하고 둘은 살갑게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이전에 둘은 단 한 번도 전화·문자를 주고받지 않았는데 김씨 허위 증언을 계기로 동질감·유대감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있는데로 하라는 말 12번 나와…검찰 녹취 왜곡"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반발하며 김씨와 자신은 사이가 좋지 않아 위증을 논의할 사이가 아니라면서 이를 증명할 녹취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알게 되겠지만 김씨와 저는 일종의 애증관계"라며 "김씨가 김 전 시장을 대리해서 고소한 일로 제가 직접 구속됐다. 제게는 평생 상흔으로 남았다"고 반박했다. 또 "제가 백현·정자지구 사건을 폭로한 것 때문에 김 전 시장이 낙선·구속되고 김씨도 구속돼 처벌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관계다. 서로 지역 사람이니까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했지만 또 역시 장기간 소통되지 않았던 그런 관계"라며 "제가 이런 분한테 위증을, 거짓말을 해달라고 요구할 관계가 아니다. 매우 위험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녹취를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검찰이 녹취록을 수사 과정에서 숨기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만 따서 공소장에서 주장했다"며 "오늘도 저한테 유리한 얘기는 다 빼고서 왜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조사받으면서 검찰에 녹음파일·녹취록 좀 보자고 요청했는데 검찰이 보여주지 않았다. 녹취록 4개 중 3개만 언급했고 마지막 1개는 계속 미루다가 조사 끝날 때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때 본 녹음·녹취록 내용과 지금 수사기록에 붙어 있는 녹취록 내용이 다르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2012년 이후 김씨는 물론 '백현동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거리를 두고 멀리하고 있는데 검찰이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제게 우호적이지 않고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다. 그래서 없는 사실을 허위 증언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나는 대로 얘기해라, 있는 대로 하라, 보지 않은 것을 본 거처럼 하면 안된다'고 반복한 말이 12번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