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돌려막기 가능해 보였는데…" 수십억 사기의 전말[사건의재구성]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목돈이 필요했다. 필요한 금액은 30억원. 감옥살이를 피하고자 사기 피해자들과 합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4년6개월의 징역을 살아야 했다. 단기간에 수십억원의 합의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른바 '사기 돌려막기'. 보험설계사인 40대 남성이 다시 사기 범죄를 저지른 이유다.

지난 2022년 4월 김모씨(40)는 친구의 명의를 빌려 재무관리, 채권관리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앞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제기한 뒤다. 김씨는 합의금 마련을 위해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고객으로 알고 지내던 의사들을 상대로 투자금 사기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OO회사를 통해 채권에 투자하면 1년 후에 원금을 돌려주고 연 12%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원금 보장이 되는 안전한 투자니 걱정하지 말고 투자해라."

그렇게 1억7000만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뜯어냈다. 이 돈을 시작으로 코인과 주식에 투자해 목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결국 김씨는 같은 해 11월까지 피해자 21명으로부터 총 21억8500만원을 갈취했다. 목표한 30억원 상당의 합의금까지 조금만 더 모으면 됐다.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다. 하지만 김씨의 계좌에는 파란불만 들어왔다.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만 잔뜩 입었다.

그렇게 김씨의 범행은 얼마 못 가 덜미를 잡혔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허명산 부장판사는 "대부분의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피해 변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다수이고 그 피해 금액도 20억원을 초과하는 큰돈인 점,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11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합의서를 받긴 했으나 그 작성 과정에서 피해 금액을 제대로 변제하지도 않고 피해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