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뇌물 사건' 두고 검찰·공수처 재격돌…수사 표류 불가피(종합2보)
공수처, 검찰에 기소 요구했지만 '수사 부족' 이유로 반송
적법한 반송 vs 근거 없다 '격돌'
-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 수수 사건'을 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재차 충돌했다.
공수처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를 재판에 넘겨달라고 검찰에 요구했지만 수사 미진을 이유로 반송을 결정했다. 공수처는 반송을 받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두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이번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 수수 사건'은 한동안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건은 공수처의 반송 조치로 검찰 측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사건의 수사 기록과 증거물 일체를 공수처에 반송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공수처 수사 결과만으로 이 사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 수집과 관련 법리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후 공수처가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본격적으로 기관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검찰은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기소나 불기소를 선택할 권한만 있을 뿐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인 공수처에 보완수사 요구나 사건 이송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을 들어 공수처에 사건을 이송한 것에 법적인 근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두 규칙에 따르면 검찰은 다른 기관에서의 수사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때엔 사건을 이송할 수 있고, 공수처는 이송 사건을 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의 법적 지위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증거관계와 법리를 재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다시 사건을 이송한 것임에도 공수처가 이송사유 확인도 없이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사건이 법원에서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음에도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의 근거가 틀렸다고 다시 한 번 맞서며 "해당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반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검찰이 이송 근거로 밝힌 수사 준칙 규정은 검찰과 사법경찰관과의 관계 및 업무 처리에 관한 것이고, 검사와 공수처 간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공수처 규칙상 이송 사건 수리도 법적 근거를 갖춘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재반박했다.
또한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즉시 공여자 등 소환조사를 4회 실시하고 변호인에게 의견서 제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보강 수사를 완료한 후에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를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1월 15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와 그가 운영하는 A 주식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 B씨를 재판에 넘겨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김씨는 2013년부터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 감사를 담당하면서 차명으로 회사를 만든 후 건설업체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 등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 공수처 수사 결과다.
2021년 감사원의 수사 의뢰 후 2022년 2월 공수처는 수사를 개시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공수처는 영장 기각 후 2주일여가 지난 시점에서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후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해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지만, 이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권은 검찰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공소 제기 요구 후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두 달여만에 이를 이송했다. 공수처가 요구한 공소 제기를 검찰이 반송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공수처는 조희연·김석준 전 교육감 사건, 김웅 의원 및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건 등 총 5개 사건에 대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sa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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