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늘리고 수사·기소권 일치, 상설특검화 필요"…공수처 3년 대안 모색

국회서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제도 한계 극복 필요
前 공수처 부장검사 "타 사법기관 견제하며 사안별 특검 역할해야"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0/뉴스1 ⓒ News1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출범 3년째를 맞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규모를 늘리고 수사·기소권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밝혀내는 출범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제도 개선 한계를 고려해 현재의 상설특검 규모를 유지하면서 수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수처 무용론'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장)는 "현재의 공수처법은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 제도 개선과 인적구조 쇄신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 "공수처법에 독소조항 들어가…검사 최대 50인 필요"

김 변호사는 "공수처법 제정 과정에서 활동을 위축시키고 위상을 격하하기 위해 많은 독소조항이 도입됐다"며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불일치하게 된 것을 회복시켜 수사할 수 있는 모든 대상 사건에 기소권을 가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공수처 출범에 앞서 마련된 공수처법 초안은 공수처 검사가 검찰청 검사와 마찬가지로 관할 범죄에 대해 수사·공소권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를 거쳐 검사와 법관, 고위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도록 기소 대상이 제한됐다. 기소 대상이 아닌 사건을 수사한 뒤 기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이첩하도록 했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허위 서명 강요' 의혹을 수사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해직 교사 채용' 의혹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 변호사는 또 "검사와 수사관의 임기제한, 승진 직급 제한, 일반 직원에 대한 정원은 초안 수준으로 복귀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공수처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으로 제안됐으나 법무부·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인 검사·수사관 65명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검찰 견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공수처가 검사 수사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검사범죄는 이첩하지 못하는 규정을 도입하든지 모든 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수처가 담당한다는 전통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도 '수사권과 기소권의 일치'를 거듭 강조했다.

오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검찰분권형 모델'의 취지가 나타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 국면을 전향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현행법이 공수처 검사의 신분 불안을 부추기고 있어 조직 안정성을 해친다고 봤다. 비교적 신분 보장이 확실한 검찰청 검사와 달리 공수처 검사는 임기(3년)가 제한되고 연임 여부에 대해서도 처장뿐 아니라 정치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공수처검사인사위원회는 처장과 차장, 처장이 위촉한 1명, 여당 추천인사 2명, 타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으로 구성된다.

그는 "복수검찰체제를 도입한 마당에 공수처 검사의 신분보장을 '검찰청법'의 검사와 달리 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모습. 2023.6.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특검 전제로 공수처 구성…사법기관 견제·상설특검화 필요"

공수처 공수부장을 지낸 예상균 변호사는 '상설특검화'와 '타 사법기관 견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수처 인력구조가 특검을 전제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 변호사는 "평시에는 타 사법기관 견제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특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 한계와 타 기관에 대한 이첩요청권의 한계를 고려하면 현재 규모를 유지하면서 상설특검 형태로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수처는 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면서 "선택과 집중이 정치적 논란에 서게 되는 만큼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예 변호사의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상설특검화가 아닐까 싶다"고 힘을 보탰다.

최 교수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 수사 특성상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기에 역설적으로 중립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며 정면 돌파를 강조했다.

'선택과 집중'을 역설한 최 교수는 "부족한 자원이나마 최대한 선별해서 중요 사건에 투여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기관으로 이첩률이 높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중요한 사건만을 다뤄 일부 성과를 보이는 게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달리 토론자로 나선 이보라 경향신문 기자는 공수처 수사 범위 확대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사 대상이 '일부 범죄'로 제한되면서 수사력 논란이 불거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이 기자는 "(공수처가) '경무관 뇌물수수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였는데 수사 가능 범죄에 '청탁금지법 위반'이 포함됐다면 수사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뇌물죄는 수사기관이 직무 관련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청탁금지법은 금전이 거래 된 사실만으로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아울러 경무관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로 지목된 기업 관계자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전례도 함께 지적됐다.

이 기자는 "고위공직자의 모든 범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공범 등 관련자에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